■ 모방과 차이, 공명과 불협
송화숙 지음│책과 함께
‘엔카(戀歌)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한·일 양국의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지만, 인기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이들은 자국에서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
2차대전의 패배를 딛고 기적적으로 일어나던 시절, 일본에서 엔카는 ‘일본의 영혼이나 심장’으로 인식됐다. 엔카에 등장하는 ‘눈물’은 대중이 성장의 속도감을 견디는 위로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트로트는 서구문화의 빠른 유입 속에서 ‘낡은 것’으로 치부됐고, 애잔한 곡조와 슬픔의 정조는, ‘건전한 사회’를 기치로 내건 군사독재 체제 아래서는 퇴폐적이라거나 낙오자의 감상쯤으로 폄훼됐다.
지금까지 나온 대중음악에 대한 인문적 분석을 시도한 책은 대부분 음악 바깥의 저자들이 정리한 회고담이나 뒷얘기 혹은 박물지 형식이었다. 이 책의 결은 전혀 다르다. 작곡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음악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대중가수와 대중음악을 꺼내놓고 당시의 사회상황과 시대적 가치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전통과 서구, 산업의 논리와 예술적 자율성이 어떻게 갈등과 조화를 이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주장은 새롭고, 사유하는 지점의 폭도 넓다. 압축적 함의를 담은 문장은 분석적이고 치밀하다. 저자가 주목하는 대상은 ‘동아시아 여성 음악가’. 여성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211쪽, 1만8000원.
박경일 전임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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