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지능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인플루엔셜

2000년대 초, 세계 최강의 군이라 불리는 미 육군 특수부대는 내부 문제에 부딪혔다. 젊은 신병들의 의사 결정, 전략 계획, 리더십 능력이 후퇴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 개개인의 지능과 학습 수준, 정보분석 능력은 오히려 최고수준이었음에도 말이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표준화된 문제는 잘 풀 수 있지만 실전에 투입하면 고꾸라지는 신병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이 손을 내민 곳은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을 연구하는 미 오하이오주립대의 싱크탱크 ‘프로젝트 내러티브’였다.

‘프로젝트 내러티브’ 소속 교수이자 인지과학자인 앵거스 플레처는 “현대사회가 지능을 잘못 정의해왔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능이라고 할 때 ‘논리’의 영역을 떠올리지만, 실은 인간이 태초부터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해 온 삶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이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고유지능’이라고 명명하고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네 가지 능력이 서로 연결되고 순환하면서 인간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한다. 장면을 그려보고 감정을 해석하며 다음 전개를 예측하는 ‘서사 엔진’인 뇌는 삶의 문제를 이야기로 인식해 풀어간다.

가장 먼저 직관은 세상의 숨겨진 규칙을 인식하고 규칙의 틈새를 포착하는 눈이다. 직관을 지닌 사람은 표준적인 서사에서 예외적 정보를 찾아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릴 때 색채론에서 금기시된 노랑과 파랑을 과감하게 충돌시켜 현대 미술의 방향을 바꿨는데, 이 역시 직관에 따른 결과다. 상상은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줘, 직관으로 촉발된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가 하면 감정은 인생의 서사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를 준다. 상식은 수많은 방향 중에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을 결단하게 하는 지혜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러한 네 가지 고유지능을 활용해 사고 전략을 짜고 훈련에 적용시킨 공로로 2023년 미 육군으로부터 표창 훈장을 받기도 했다. 392쪽, 2만1000원.

인지현 기자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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