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정복자들

에리카 맥앨리스터·에이드리언 워시번 지음│김아림 옮김│곰출판

 

몸길이 60배 점프하는 벼룩

소형로봇 개발 등에 영감 줘

인간과 유전자 유사 초파리

우주로 보내져 ‘임무’ 수행도

딱정벌레는 ‘안개 포집’ 전수

 

농업·공학 등 다양한 분야서

존재감 드러내는 곤충 조명

“답보 상태 인간 삶에 돌파구”

세라 버그브레이터 교수가 벼룩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점프 로봇(위 사진)과 ‘실험실의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겨졌던 노랑초파리의 모습.   곰출판 제공
세라 버그브레이터 교수가 벼룩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점프 로봇(위 사진)과 ‘실험실의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겨졌던 노랑초파리의 모습. 곰출판 제공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들이 있다. 보고된 바로는 약 100만 종이지만 “실제 종수는 약 500만에서 22억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곤충들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곤충학자 에리카 맥앨리스터와 BBC 프로듀서 에이드리언 워시번은 ‘작은 정복자들’에서 자연을 움직이는 근원이자, 농업부터 최근 대세인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곤충들을 세세하게 조명한다. 저자들은 곤충의 “특별한 다양성”에 주목한다. 곤충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형태”인데, 형태의 다양성 덕분에 “지구상 거의 모든 생태적 틈새(niche)”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생태적 틈새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세상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벼룩은 몸길이의 60배가 족히 넘는 거리를 점프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점프해도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근육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흉막 아치’라고 부르는 외골격 내부의 고도로 변형된 부위 안에 있는 ‘레실린’이라는 탄력 있는 단백질의 역할이 더 크다. 벼룩은 점프에 앞서 다리를 제자리에 고정한 채 레실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영국 연구진 자료에 따르면 이는 “양궁에서 활을 사용해 화살을 발사하는 것과 역학적으로 동일”하다. 엔지니어들은 벼룩의 점프 원리를 이용해 ‘소형 로봇’을 만들고 있다. 소형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감지와 감시를 저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다. 자연재해가 일어난 뒤 조심스럽게 잔해를 뒤져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일 수도 있다. 핵심은 레실린과 똑같은 물질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인데, 현재는 “레실린과 매우 비슷한 탄성을 가진 실리콘”을 활용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인간과 파리는 닮았다. 그 중 주목할 것은 인간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75%를 갖고 있는 노랑초파리다. 노랑초파리는 진화 초기부터 인간, 특히 음식 주변에 머물렀다. ‘인간 친화성 종’이 된 이유다. 20세기 초부터 “실험실의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노랑초파리는 “우주로 올려보낸 최초의 동물”이기도 하다. 1947년 2월 V2 로켓에 탑승한 노랑초파리들은 108㎞ 상공을 비행하다가 낙하산을 타고 귀환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노랑초파리 실험실’은 “신체 시계 유전자의 발현부터 신체 방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친 우주 임무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여러 실험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인 모르포나비 표본. 곰출판 제공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소장품인 모르포나비 표본. 곰출판 제공

나비를 채집용 곤충으로 잡기 시작한 건 빅토리아 시대부터였다. 모험가이자 곤충학자 마거릿 파운틴은 ‘주행성 나비목’에 매료되었고, 그의 헌신·재력·탐험심 덕분에 “영국에서 가장 크고 다채로운 나비 컬렉션”은 지금도 건재하다. 화려하고 동시에 변화 가능한 나비의 색상은 일종의 보호색으로 작용한다. 빛의 색조가 “동물의 윤곽을 평평하게 하고 생김새를 왜곡해서” 눈에 띄지 않게 숨기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눈의 탄생’의 저자인 생명공학자 앤드루 파커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모르포나비 날개 세포의 특성을 재현해서 다양한 상업용 제품에 적용할 내구성 강한 색소”를 연구하고 있다.

연간 강수량이 15㎖로,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 중 하나인 나미브 사막에서도 딱정벌레를 비롯한 몇몇 곤충들은 생명을 지켜낸다. 딱정벌레를 비롯해 거저릿과에 속하는 곤충들은 “모래에 높게 솟은 이랑을 만들어” 물을 모은다. 한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사막 안개가 걷힌 후 곤충의 체중은 최대 “30%”까지 늘었다. 이렇게 섭취한 수분은 “사막에 다시 안개가 낄 때까지 살아가는 데 무척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영리한 이 곤충들은 체액과 물을 분리 저장함으로써 스스로의 몸을 지킨다. 이 곤충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고안해 만든 ‘안개 포집 장치’는 “가뭄 피해 지역 가운데 지리와 기후가 적절히 조합된 곳에서 남수를 공급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곤충 외에도 꿀벌, 누에, 나방, 바퀴벌레 등이 남긴 발자취와 미래의 산업적 가치도 일별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책 말미에 저자들은 “조그만 형제들”일 뿐인 곤충이, 답보 상태인(혹은 퇴행하는) 인간의 삶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파구”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사고하는 상상력과 재능”을 갖춘 우리 인간의 자세다. 340쪽, 2만3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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