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 스토리 - 취미가 직업된 ‘축구 인플루언서’
사진·글 = 백동현 기자 100east@munhwa.com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도 늘 축구 생각뿐이었어요.”
9년간 브랜드마케터로 일해 온 하치연(35) 씨는 올해 2월 직장을 그만두고 축구선수로서의 새로운 삶에 도전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축구 인플루언서’의 삶이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인플루언서들과 스킨십이 많았던 덕에 SNS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마케팅’과 ‘축구’를 접목시켜 개인의 성장과정을 상품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즐겨 하던 축구를 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하지만 35살에 축구선수 커리어를 시작하면 프로가 되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었어요. 돈을 받는 프로가 아니라면 다른 수익 모델을 찾아야 했어요.” SNS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마케터로서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 씨는 우선 꾸준한 업로드를 통해 팔로워를 늘이는 데 집중했다. “‘아마추어 K리거’ (인스타그램 chimui90)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철없는 30대 청년의 겁 없는 도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게시물 조회 수가 증가하는 걸 보면서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하지만 폭발적인 관심도 잠시, 현실은 냉정했다. 지난 7월까지 축구 실력은 많이 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줄어들던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청년이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하고 실행하도록 프로젝트 설계와 지원금을 제공하는 경기도 청년정책 ‘갭이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500만 원의 지원금을 수령한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더 나아가 수익화 구조까지 설계한 기획제안서를 만들었어요.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네 꿈과 네가 가는 길은 틀리지 않았으니 포기하지 말고 더 해보라’는 응원처럼 느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큰 자신감이 원동력이 되었을까. 하 씨의 꿈을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축구 팀을 만들었다. 축구를 생활 스포츠로 접하고 싶은 사람들과 축구를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아마추어 팀 스포츠’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레슨을 통한 수익과 더불어 팀 브랜딩을 통해 지난달 메인 스폰서 계약까지 체결한 그는 점차 목표한 안정적인 수익 모델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직장에서 4천만 원대 연봉을 수령하던 그는 현재 월 100만 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이 갈리도록 치열한 순간도 있었고, 운동장에서 원하는 퍼포먼스를 내고 팀이 승리하며 잊을 수 없도록 짜릿한 순간도 느꼈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사무직 루틴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다른 희로애락을 느끼며 치열하고 짜릿한 한 시즌이 끝났다. K5리그에서 FA컵에 출전하는 것이 선수로서 최종 목표라고 이야기하는 하 씨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백동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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