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과거 한국에서 일본을 지칭하던 표현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종적·문화적 유사성도 상대적으로 높지만, 식민지 지배 등 과거사나 경제력 격차로 인해 정서적 거리가 느껴진다는 이중적 감정이 담긴 말이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중국이 그런 나라다. 중국산 캐릭터가 유행하고 중국 음식에 열광하지만, 정치적·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된 반중(反中) 감정 역시 만만찮다. 온라인상에선 ‘중티(중국 티) 난다’란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인지, 부정적 의미인지 논쟁이 뜨겁다.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가에 갈수록 많아지고 중국인들과 온·오프라인에서 교류할 기회도 늘어나고 있지만, 서울 한복판에선 보수 성향 청년 단체가 ‘차이나 아웃’을 외치며 반중 집회를 연다. 왜 MZ세대에게 중국은 이처럼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오는지 짚어봤다. 가까이 다가온 중국의 두 얼굴을 바라보는 MZ세대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청년 세대 파고든 중국 대중문화= “이번 추석 때 친척 모임에 가 보니 친척 동생들 사이에서 라부부 인형이 화제인 것을 보고 놀랐어요.” 콘텐츠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 최서윤(23) 씨는 “그냥 SNS 마케팅의 일종인 줄로만 알았는데, 하도 인기를 끌다 보니 부모들이 구하러 다닐 정도라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룽카싱이 탄생시킨 캐릭터로, 뾰족한 이빨과 복슬복슬한 털이 특징이다. 어떤 종류의 인형이 안에 들어 있는지 미리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박스’, 한정판 발매 등 희소성을 내세운 마케팅 방식이 주효하면서 전 세계 MZ세대 사이에서 급속히 퍼졌다.

라부부 유행은 중국 본토를 넘어 북미·유럽·중동 등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리애나·두아 리파·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사들이 라부부 인형을 SNS에 공개하면서 인기에 불을 지폈다. 한국에서도 매장에 고객이 몰려 사고 위험이 커지자 오프라인 판매가 중단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MZ세대를 사로잡은 라부부 인형을 독점 판매하는 곳은 중국의 캐릭터 지식재산권(IP) 기업 ‘팝마트인터내셔널그룹’. 미국의 디즈니, 일본의 산리오에 이어 중국의 캐릭터 산업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최 씨는 “솔직히 그게 중국 것이란 이유로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며 “외국에서 유행이 들어오는 경우는 라부부 말고도 많은데, 그냥 좋으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후진국’ ‘싸구려’ 이미지는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어느새 희미해지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중국 상하이(上海)를 여행했다는 직장인 송현우(29) 씨는 “솔직히 생각보다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상하이 젊은이들은 패션에서도 전에 생각했던 중국의 느낌이 아니었고, 고층 건물들에서도 으리으리한 새것 느낌이 났다”고 전했다. 송 씨는 “미묘하게 거리감은 남았다.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들려오는 대화에서 ‘완전히 다른 사회’라는 게 느껴졌다”면서도 “중국이 후진적이라는 생각은 확실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접촉 범위 넓어지며 갈등도 늘어= 반면 중국인·중국 문화와 접촉 기회가 많아지는 게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키우기도 한다. “훠궈와 마라탕을 진짜 좋아한다”는 직장인 임예은(25) 씨는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먹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주말에는 2시간을 기다려 유명 브랜드 훠궈 집에 간 적도 있다”는 게 임 씨의 말이다.

그런 임 씨에게도 중국의 이미지가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임 씨는 “중국 유학생들과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보다 중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울 의지가 적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일을 미루고, 지적하면 언어 문제라며 회피하는 등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방패로 쓰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임 씨는 “음식은 좋아하는데 그걸 만들고 먹는 사람들은 싫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모순 같다”고 멋쩍어했다.

‘중티’란 표현에서도 중국을 향한 이중적 감정이 드러난다. 중국 감성의 스타일이나 패션을 일컫는 신조어인 중티는 맥락에 따라 ‘화려하고 세련됐다’는 긍정적 의미로도, ‘촌스럽다’는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차이니스 뉴이어 재킷’은 2025년 새해를 맞아 중국에서 발매된 신상 의류로, 청나라 시대 의복 디자인을 아디다스 고유의 3선 문양과 결합해 ‘중티다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반면 중화권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를 향해 ‘중티 난다’는 부정적 뉘앙스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젊은 세대의 ‘이유 있는’ 반중 감정=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의 MZ세대는 중국을 동경이나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기보다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학생 박지성(22) 씨도 그런 경우다. 박 씨는 “중국은 그냥 큰 나라라기보다 정치·외교적으로 간섭하며 위기를 조성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은 ‘반중’이 아니라 ‘경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의 국수주의적 집단행동,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공격적 마케팅은 중국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덧칠한다. 박 씨는 “대만 출신 배우나 아이돌들이 중국인들에게 조금만 거슬리게 발언해도 바로 SNS 테러에 나서는 사례가 많고, 온라인 기사 댓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기업들이 공산당과 엮여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 내 개인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를 휩쓰는 보호주의 무역의 흐름도 중국 등 주요 패권국의 부정적 인상을 더하고 있다. 대학생 김주안(24) 씨는 “취업해야 하는 공대생 입장에선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 기업에 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장상민 기자
조재연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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