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5개월을 넘긴 가운데, 12·3 비상계엄 업무 수행자 색출 등을 빌미로 ‘일반 공무원 물갈이’에 나설 태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미 소속 장병 전체에 대한 교체에 착수했다. 대사와 총영사 등 재외 공관장도 대부분 국내로 소환됐다. 1급 공무원 대다수는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별도 조직도 만들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 목표가 뭔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이전 정부 정책을 수립했거나 집행했던 공무원들을 가려내 인사 조치 등 엄단했던 일을 상기시킨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내란 특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으로만 한정됐다”면서 “더 많은 범위에서 더 많은 것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란 당시 전 부처 공무원들이 역할을 한 것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강 실장은 “부인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대해서도 행정적인 절차와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조만간 별도 조직 발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도 최근 합참 소속 장성 정원과 2년 이상 근무한 대령·중령 모두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현재 내란 특검이 대대적으로 수사 중인 계엄 직접 가담자 이외에, 계엄과 관련된 후속 행정 절차를 준비했거나 수행했던 공무원들이 상당수 있다고 보고 이들을 골라내 ‘내란 공무원’으로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12·3 계엄은 선포에서 해제까지 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무위원들도 제대로 몰랐던 계엄을 일선 공무원들이 미리 알았을 리가 없다. 계엄과 관련된 행정조치를 준비했거나 일부 진행했더라도 공무원과 군인은 명령 복종 의무(국가공무원법 제57조,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가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나 지시가 있다면 일단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게 정상이고, 위법한 명령인지 판단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항명 결정은 더욱 어렵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합참의장이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모든 공무원을 상대로 내란 가담 여부를 점검해보겠다는 것은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로 공직사회를 물갈이하겠다는 관측을 부르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도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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