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 사회부 차장
역대 최악의 저질 국정감사라는 평가를 받은 올해 국감이 마무리됐다. 호통·막말·비방으로 점철된 이번 국감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안미현(사법연수원 41기)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여당 국회의원들과 벌인 설전이었다. 안 검사가 “보완수사권이 전면 박탈돼 부작용이 크게 일어나면 책임을 질 분들은 무리하게 입법한 분들”이라고 말하자, 더불어민주당의 김기표 의원은 “입법한 의원들이 책임져야 한다? 이게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입법자가 책임지라고? 그게 어디서 나온 자세냐. 그게 지금 국감에 나온 공직자의 자세인가”라고 호통쳤다. 안 검사는 “그럼 책임질 각오도 없이 이런 입법을 한 것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서 의원이 “윤석열의 검사”라고 몰아붙이자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안 검사는 “나는 윤 전 대통령이 총장일 때 징계 절차까지 받았던 검사”라며 맞받았다.
안 검사가 입법 책임론을 거론한 이날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넘어 사법개혁까지 연내 추진한다며 입법안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최근 상황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법원행정처 폐지, 사실상 4심제인 재판소원 도입을 추진 중이다. 판·검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를 신설하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일반인이 참여하는 구속영장 국민참여심사 특별법도 발의했다. 현직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다 대통령실 반대로 철회하기도 했다. 하나하나가 현행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내용을 담아 국민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고, 3권분립·재판독립 침해 등 위헌 소지가 크지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전국 법원장들까지 나서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를 요청했지만 ‘선출권력 우위론’을 내세운 민주당은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전적으로 사법부 책임”이라며 형식적 숙의조차 없이 입법을 밀어붙인다.
입법은 속도보다 숙의가 훨씬 중요하다. 당장 거론되는 입법 후폭풍만 대법관 2배 증원에 따른 하급심(사실심) 부실화, 재판소원 도입 시 헌법재판소 기능 마비, 법원행정처 폐지 후 3200여 명 법관 인사 난맥상 등 한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수두룩하다. 하지만 검찰은 물론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까지 개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에서 입법자의 책임이나 국민을 위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일단 도입·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손보자’는 입장이지만, 국가 사법 시스템의 기본 틀이 한번 흔들리면 복구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내세우지만, 강성 지지자들의 뜻에 따라 입법 폭주를 가속하는 민주당이 입법 부작용에 책임질지 의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2019년 50.4일에서 2023년 63.8일로 늘고, 장기미제 사건이 매년 급증세지만 민주당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보완입법을 고민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다. 입법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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