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5개월 만에 헛말 된 실용정부

기후환경에너지부 모순 심각

청년고용 해치는 고용노동부

 

통일부의 두 국가論은 코미디

해체 앞둔 검찰은 정신분열적

무한 권력 추구는 파멸의 시작

초기의 작은 차이가 말기엔 큰 간극을 만든다. 이재명 정권 출범 5개월의 행로는 전체 임기 5년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이다. 지난 6월 4일 취임식에서 이 대통령은 ‘유연한 실용정부’ ‘실용적 시장주의’를 약속했다. 글로벌 탈이념과 사생결단 정치를 돌아볼 때 적절한 화두였다. 이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많은 국민도 호응했다.

그러나 실용은 취임사에 남았을 뿐 현실에선 사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상징적이다. 규제·감독 부서에 개발·건설 권한을 부여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환경운동 성향의 정치인을 장관으로 앉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자원공사 등을 환경부 소관으로 옮긴 것도 문제인데, 원자력발전 업무까지 넘겼다.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질 좋고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은 기피한다. 댐 건설을 막고 4대강 보 해체를 외치고, 기업 발목을 잡을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안을 밀어붙인다. 이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고속도로”에 비견될 “AI 고속도로”를 약속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착공해 2년 남짓 만에 완공했는데, 당시 정부 예산의 4분의 1을 쏟아부었다. 기술도 장비도 사실상 없었지만, 박정희·정주영 두 거인이 정부와 기업을 진두지휘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 결기와 실천이 없으면 말장난일 뿐이다.

고용노동부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고용 촉진과 노동 권익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며,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고용을 앞세운 것은 ‘일자리가 있어야 노동권도 있다’는 이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장관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이다. 지금도 민노총은 65세 정년을 강제하는 입법을 연내에 만들라고 압박한다. 청년 고용에 직격탄이 되는데도 막무가내다.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등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향해 문 닫거나 해외로 나가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어느 쪽이든 국내 일자리는 날아간다.

통일하지 않겠다는 통일부는 블랙코미디 수준이다.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놓고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맞장구치면서, 헌법의 자유민주 통일 규정은 배신하는 논리다. 통일연구원장은 “정부가 통일을 지워가고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법제처장은 “이 대통령 무죄”를 주장했고, 온갖 막말의 주역이 인사혁신처장이 됐다.

모든 공무원을 상대로 ‘내란 혐의’를 조사하고, 합동참모본부는 모든 장성을 물갈이하기로 했다. 비상계엄 전후의 행적을 점검한다는 핑계로 정치 성향을 감별하고, 공직사회 주류를 친민주당 계열로 채우려는 의도 이외엔 상상하기 힘들다. “내란특검은 매우 중요한 사안에만 한정됐다”는 대통령 비서실장, 툭 하면 야당 해산을 겁박하는 여당 대표가 그런 속내를 잘 보여준다.

이쯤 되면, 실용의 정체를 알 만하다. 실용을 앞세워 맘대로 정책을 펼치고, 내란을 앞세워 반대 세력을 척결한다. 입법·행정·사법부 서열론도 같은 맥락이다. 견제와 균형의 삼권분립이 민주주의 토대라는 원리도 안중에 없어 보인다. 정권에 의한 강제 해체를 앞둔 검찰은, 환수해야 할 부당 이익 규모 등 중요한 법리 쟁점이 있는데도 대장동 사건의 민간 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과거 정권’의 정치검찰로 몰려 간판을 내리게 된 형국에서 ‘현재 정권’의 하수인을 자인하는 정신분열적 모습이다.

지금 집권 세력 모습은 권력의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 실용정부엔 실용이 없고, 민주당에선 민주가 사라진다.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던 오만은 분열만 남기고 파멸한다. 김어준·정청래·추미애·최민희·조원철·최동석·최혁진 등 여기저기서 이상 조짐이 감지된다. 권력의 무한 확장으로 사법 리스크를 덮겠다는 발상은 이재명 정권도 한국 민주주의도 파탄 낼 바벨탑 쌓기다. 삼권분립 토대를 닦은 몽테스키외,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미국 민주당의 뿌리이기도 한 토머스 제퍼슨 같은 민주주의 설계자들은 한결같이 ‘절제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폭정으로 흐른다’고 경고했다. 이제라도 사법부 장악 폭주를 멈추고, 퇴임 뒤 모든 사법적 심판을 받겠다고 밝힌 뒤, 진정한 실용정책을 펼치는 초당적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기 자신도 민주주의도 살릴 올바른 길이다.

이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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