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재판의 항소를 포기하는 과정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과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하도록 규정돼 있고(검찰청법 제8조), 모든 행정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4조).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했고, 수사 담당 검사는 “대검도 내부적으로 항소할 사안으로 판단했지만 장관과 차관이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정 장관은 10일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얘기했다” “구형보다 높은 형 선고여서 항소 안 해도 문제없다 판단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수사지휘권 행사인지, 비공식 외압인지 등이 내용과 절차 측면에서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
검찰의 ‘기계적 상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문제와 전혀 상관 없고 오히려 반드시 항소해야 할 사안에 속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무죄 판결이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 아닌가”라며 개선을 촉구했고, 정 장관은 “명백한 법리 관계를 다투는 경우나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빼고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장동 사건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항소를 포기하면 대장동 일당이 차지한 수천억 원의 개발 이익 환수는 포기하는 결과도 된다. 국민에 대한 공권력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직시절 특혜로 민간 업자들에게 수천억 원의 이익을 몰아준 사건으로, 1심 재판부는 주범들에게 유죄를 인정, 징역 4∼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의 배임 행위로 성남시 등이 본 손해액을 7886억 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일부 무죄를 선고하고, 구체적인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473억 원만 추징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김 씨 등만 항소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이 항소한 부분만 2심에서 따진다.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할 수 없고, 그러면 이들은 수백∼수천억 원의 막대한 이익을 고스란히 가질 수 있게 됐다.
항소시한 직전(7일 밤 12시)에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항소장 접수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누구의 지시로 포기했는지를 가려야 한다. 노 대행은 자신의 결정이라고 하는데 사실이라도 직권남용이다. 정 장관이 불법으로 수사 지휘를 했다면 여간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무리한 항소를 자제하라고 했는데, 대통령실 관여 여부도 쟁점이다. 여권이 당사자인 만큼, 현재 3개 특검을 준용해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가 수사하게 하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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