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매달 공시되는 은행 예대금리차가 실제 은행의 이자이익과 관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단순 차이만 계산할 뿐, 대출과 예금의 규모가 고려되지 않아서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규모를 연달아 경신할 전망이지만 예대금리차는 과거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올해 1~9월 평균 1.5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예대금리차가 1.79%~1.92%포인트였던 지난 2015~2021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는 2022년 1.52%포인트, 2023년 1.48%포인트, 2024년 1.27%포인트로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오르고 있다.

최근 10년 추이를 보면, 은행의 수익은 예대금리차에 비례해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았다. 단적으로 최근 4년(2021~2024년) 동안 은행 예대금리차는 1.80%포인트에서 1.27%포인트로 계속 축소됐으나, 같은 기간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16조8000억 원에서 22조2000억 원으로 해를 거듭해 늘어났다. 반대로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1.70%→1.75%포인트)됐음에도 이익은 줄어든 시기(13조9000억 원→12조1000억 원, 2019~2020년)도 있었다.

예대금리차는 말 그대로 금리 차이에 불과하며, 대출과 예금의 규모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이익 규모와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매월 새로 취급된 대출과 예금의 금리 차이인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월간 신규로 취급한 대출과 예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최근 금리 동향을 보여줄 뿐, 은행의 수익성을 대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2021~2022년 국내 은행 이자이익 요인을 분석한 결과, 약 40%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기인했으나 60%는 대출자산 증가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그나마 은행이 수익과 관련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정치권은 예대금리차를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단골 소재로 삼고 있으나, 여러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는 시장 경쟁 속에서 금리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변동하는 것이지, 은행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저신용자·서민 대상 대출을 많이 취급할 수록 해당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지난 6월 30일 오전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올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도 가계대출 금리가 더디게 떨어진 것은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해온 영향이 절대적으로 컸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6월 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시기를 연기하면서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불어나자 ‘총량 관리’ 기조를 강화했고, 은행들이 연간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일제히 가산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한 결과다.

이른바 ‘가계대출 다이어트’ 기조 속에 은행 가산금리는 올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6·27 대책 이후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감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대출 금리 경쟁은 사라졌다. 예대금리차 확대가 과연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인지 따져볼 지점이 있다.

지난 2022년 7월 시작된 예대금리차 공시가 금리 정보 공개로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차주들의 금리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은행별 예금 및 대출금리를 집계하지도, 예대금리차를 공시하지도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부 국가의 금리를 집계하고 있으나, 금리 산출기준이 국가별로 달라 글로벌 비교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부분 국가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로 ‘순이자마진(NIM)’을 사용한다. 이는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을 이자수익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은행 NIM은 하락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잔액 기준 NIM은 지난해 1분기 1.70%에서 올해 2분기 1.58%로 매분기 0.02%포인트씩 내렸다. 올해 3분기 은행별 NIM은 KB국민은행 1.74%, 신한은행 1.56%, 하나은행 1.50%, 우리은행 1.48%로 집계됐다.

김지현 기자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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