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덮고 쪽잠 자는 경찰관의 모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박스 덮고 쪽잠 자는 경찰관의 모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폐지 줍는 분들한테 상자 빌려온 경우도”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전국 경찰력이 대규모로 투입된 가운데, 열악했던 근무 환경에 대한 경찰관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APEC 기간 동안 경주에는 하루 최대 1만9000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됐으나, 일부 현장에서 숙소와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전날 APEC 정상회의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대기 장소에서 박스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자거나 복도에서 모포 하나만을 깔고 잠을 청하는 사진들도 공개됐다.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 묵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직협 측은 “모포가 지급된 곳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지급이 안 된 곳도 있었다”며 “폐지를 줍는 분들한테 상자를 빌려온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밥을 사먹거나 추운 날씨에 차갑게 식은 밥을 먹었다는 증언들도 제시됐다.

한 경찰관은 “모텔 화장실이 문이 없고 통유리로 돼 있었다”며 “룸메이트한테 못 보여주겠다.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직협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직협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며 경찰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찰청 측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APEC에 투입된 경찰 인력에 대해 “경북 지역만 하루 최대 인원 약 1만8600명”이었다며 “연초부터 숙소와 급식 부분을 신경 써왔지만, 행사 관련 기관 인력과 외국 대표단까지 겹치면서 경주 내 호텔·숙소·모텔·기업수련원을 전부 확보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임정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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