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민의 Deep Read - 정청래체제와 당정관계

 

취임 100일 鄭, 일단 대통령에 몸 숙여… 대권도전·공천권행사 얽히면 언제든 갈등 폭발

鄭, 노빠 - 문빠 - 명빠 이어 청빠 기반 권력 구상… 명청갈등, 권력 전이로 갈까 충돌로 갈까

여당 대표는 어려운 자리다. 대통령과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된다. 너무 가까우면 존재감 없는 대표가 되고 너무 멀면 자기정치한다는 비판에 노출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연출 중이다. 균형을 잃는 순간 당정관계가 요동치게 된다. 향후 명청 갈등을 불러올 요인은 두 가지, 차기 대권과 공천권 행사다.

◇당정 긴장관계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 100일인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고 유기견보호소를 찾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해 왔고,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시간’을 가리는 ‘개기일식 대표’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전한 셈이다.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고 극도로 몸을 낮추는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권력의 긴장관계를 보여준다. ‘여권 권력 서열 1위는 김어준, 2위는 정청래, 3위는 이재명’이라는, 호사가들이 떠드는 말도 당대표를 불안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이재명 재판 중지법’ 추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경고가 긴장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파동의 불씨는 친명계 인사인 유동철의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였다.

대통령과 당대표 간의 긴장관계를 발생시키는 요인은 차기 대권과 공천이다. 흔히 한국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말하지만 돌이켜보면 박정희·전두환 두 대통령은 ‘제왕적’이 아니라 ‘제왕’이었다. 행정부·집권당·권력기관을 완전히 장악했고 국회·사법부·언론을 통제했다. 지금의 블라디미르 푸틴·시진핑(習近平)·김정은 못지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세 대통령은 ‘제왕적’이었다. 행정부·집권당·권력기관은 여전히 장악했으나 국회·사법부·언론을 통제할 힘은 잃었다.

2002년 대선에서 당·청 분리를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내려놓고 대통령의 당 지배를 포기한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은 약화됐다. 법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상실한 대통령은 (국회의원) 공천에 힘을 미칠 수 있는 여당 대표와 ‘이중권력’ 상태에 놓이게 됐다.

◇정청래의 꿈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과 청와대의 충돌이 잦았다. 2004년 6월 노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내 생각을 모르고 공약했는데 다시 상의하자”고 하니까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원내대표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며 도발했다. 이에 유시민 의원이 “뭐 계급장 떼고 하자 말자 하느냐. 김근태 의원은 차기 주자고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분이 김근태, 정동영 같은 분들 아니냐”며 차기 대권 주자의 자기정치를 비꼬았다.

정청래 대표가 차기 대권을 꿈꾸고 2028년 제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당대표에 재도전할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과의 갈등은 반드시 재연될 것이다. ‘노사모’ 출신 정청래 대표는 자신은 ‘노(무현)빠로 시작해 문(재인)빠였다가 지금은 (이재)명빠’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이 말의 속살은 ‘(정청래 팬덤인) 청빠도 생기지 말라는 법 없지 않느냐’는 대권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혼자 힘으로 당대표까지 오른 저력만으로도 정 대표는 대권 주자가 될 자격은 있다. 당대표보다 ‘당 대포’를 더 자랑스러워할 정도로 투쟁력도 있다. ‘수평적 당정관계’라는 소극적인 말 대신 ‘당원 주권주의’ 등 주장으로 열성 당원들에게 이 대통령을 만든 지분이 꽤 있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점도 그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김대중 정부·노무현 정부·문재인 정부·이재명 정부라 부르지 누구누구 정권으로 부르지 않는다. 모두 민주당 정권일 뿐이다. 그 점이 국민의힘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권·박근혜 정권처럼 권력자를 중심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민주당은 생래적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거부한다.

◇민주당의 DNA

문재인 정부 시절 당대표는 추미애·이해찬·이낙연·송영길이다. 2017년 ‘장미대선’부터 당을 이끌던 추미애 대표 후임은 2018년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해찬 대표다. 그는 “우리 당은 하나일 때 승리했고 분열할 때 패배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곧 민주당 정부이며 우리는 모두 하나다.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켜내자”고 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경력과 카리스마를 떠올리며 어느 누구도 수직적 당·청관계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등 보수 정당들은 ‘수평적 당·청관계’가 늘 전당대회 슬로건이자 정치적 목표였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원한 서청원이 아닌 김무성이 당대표로 선출된 것도 당원의 그런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2012년 이명박-박근혜 사례.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의 공천권을 받아들인 경우로, 충돌 없이 권력의 중심이 이동한다. ②2012∼2014년 박근혜-황우여 사례. 당대표가 차기 대권 의사가 없고 공천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경우로, 마찰은 없지만 ‘존재감 없는’ 당대표로 인해 모든 정치적 부담은 청와대가 지게 된다. ③2014∼2016년 박근혜-김무성 사례. 당대표가 차기 대권 의지와 공천에 대한 의지도 있는데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로, 충돌이 불가피하다. 2024년 윤석열-한동훈 사례도 유사하다. ④2022년 윤석열-이준석 사례. 당대표가 차기 대권 의사는 없지만 총선 공천 의지는 있는데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로, 당대표가 쫓겨나갔다.

지금 민주당은 ①은 아직 그럴 시간이 아니며 ②는 민주당 전통에서는 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③이나 ④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대표의 ‘100% 당원 공천’은 과연 대통령 권력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을까.

◇윈-윈 가능할까

만약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권력 외줄타기의 균형점을 잘 찾는다면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재명 재판 중지법’과 ‘대장동 항소 포기’로 악수(惡手)를 나눈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이중권력’이란 두 정치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다투는 상태. 여기서는 대통령 권력과 여당대표 권력의 대립.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다수의 힘으로 정부 정책을 모조리 거부하는 것도 이중권력 사례.

‘장미대선’이란 장미가 피는 시기인 5월에 실시하는 대통령선거. ‘박근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됐던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이 2017년 5월 9일로 정해지면서, 이를 ‘장미대선’이라 불렀음.

■ 세줄 요약

당정 긴장관계: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권력 줄타기를 연출 중. 균형을 잃으면 당정관계가 요동침. 취임 100일을 넘긴 정 대표의 몸을 낮추는 모양새가 역설적으로 권력의 긴장관계를 보여줘.

정청래의 꿈: 국민의힘은 권력자를 중심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자연스럽게 수용하지만, 민주당은 생래적으로 수직적 당정관계를 거부하는 DNA 가져. 정 대표는 노빠-문빠-명빠를 거쳐, 청빠를 중심으로 한 권력 형성 꿈꿔.

윈 - 윈 가능할까: 대권이나 공천권 문제가 얽히면 당정관계는 언제든 갈등으로 비화. 현재로서 명청 간의 관계는 ‘박근혜-김무성 사례’나 ‘윤석열-이준석 사례’로 갈 가능성 커. 당정관계가 권력 전이로 갈지 충돌로 갈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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