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최근 현행 60세인 법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입법을 올해 안에 하라고 촉구한 이후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소극적 의지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지난 총선·대선 공약이었던 정년 연장의 법제화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의 강행 처리에서 보듯이 친노조 행보를 하는 이재명 정부에서는 정년 연장 입법도 올해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이 없는 정년 연장은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청년층 일자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상생임금위원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신입사원 대비 근속 30년 이상인 근로자 임금은 2.87배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2.27배, 1.67배에 비해 상당히 높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적 정년 60세를 도입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더욱 어려워질 우려 때문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법적 정년을 60세로 정한 2016년 이후 2024년까지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평균 0.4명에서 1.5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9월 기준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더 나빠져 15.1%이다. 임금체계의 획기적인 개편 없이 정년 연장이 강행된다면 청년 취업은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다.

양대 노총은 고령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노후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하지만, 현재도 법적 정년 60세의 혜택을 보는 근로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지금까지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의 평균 퇴직연령은 약 49.3세에서 50세 초반이다. 65세로 법적 정년이 연장돼도 실질적인 혜택은 양대 노총 소속 노조원(그것도 대기업과 공공부문 근로자들)에 국한되고,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청년들이 일하기를 원하는 대기업들은 사람을 뽑기보다는 인공지능(AI) 등으로 인력을 절감하는 데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인건비가 너무 높고, 일단 뽑고 나면 필요 시 인력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이 5년 더 늘면 기업 인건비가 연간 최대 30조 원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고령 근로자 대다수는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 밀려나 비정규직 등으로 70세가 넘도록 일한다.

정년 연장을 통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은 양대 노총의 주장대로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직무 가치와 생산성·성과를 반영하는 임금체계로 개편하거나 일본처럼 ‘퇴직 후 재고용’ 제도 등 기업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노사 협의를 거쳐 정년이 연장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10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현황 조사도, 중견기업 169개사 중 62.8%가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마다 입장이 다르고 세밀한 조정과 협의가 필요한 임금체계 개편을 국가에서 권고하고 지도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 사업장에서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면서 현장에 적합한 합의점을 찾아갈 때 중고령층과 청년들이 상생하는 노동시장이 만들어진다. 65세로 정년 연장은 연내 법제화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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