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란’ 이틀째 확산

 

“정치 중립성 깨버린 것” 반발에

노 대행, 조만간 거취 표명할 듯

13년만에 검란으로 퇴진 가능성

檢총장·중앙지검장 초유의 공석

‘정의로운 검찰’ 무색하게…

‘정의로운 검찰’ 무색하게…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에 대한 사퇴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출입문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노 대행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문호남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1일 연차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로 촉발된 ‘검란’이 노 대행의 사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대행이 사퇴하면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대하는 내부 반발로 물러난 지 13년 만에 검찰수장이 내부 반발에 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특히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공석 상태에 놓이면서 본격적인 검찰개혁 후속조치를 앞둔 검찰이 수장 없이 거센 파고를 감당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노 대행이 오늘 연차를 사용해 출근하지 않았다”며 “지난주 금요일(7일) 항소 포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피로가 누적돼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에서는 노 대행이 사실상 사퇴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노 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가 평검사부터 전국 지검장, 대검 참모(검사장)들까지 한목소리로 이어지면서 노 대행이 계속 자리에서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노 대행은 전날 대검 과장들이 비공개 면담에서 사퇴를 요구하자 “하루 이틀만 시간을 달라”며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언론들과의 통화에서도 “하루 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냐”며 사실상 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전날 대검 연구관들과의 면담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고 발언해 검찰 내 반발에 불을 질렀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항소 포기 결정 과정에 대한 경위·적용 법리를 설명해달라는 검찰 내부 목소리는 퇴진 요구로 모아졌다. 특히 검찰 내에서는 노 대행이 검찰개혁 후속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검찰 보완수사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윗선의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총장으로서의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로 조직의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노 대행이 법과 원칙만 보고 가야지 타협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검찰의 수사 공정성·정치 중립성을 깨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노 대행이 검찰개혁 과제를 운운하며 자리를 지키려 한다면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 대행에게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사실상 수사 외압을 행사한 정성호 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검찰총장 대행인 제 책임하에’라는 표현은 ‘법무부의 책임은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검찰 구성원 대다수가 항소 포기 과정을 의심하고 있다. 진정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황혜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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