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인더스트리, 관세협상 이후 도전과 과제

(1)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작년 500만달러 美수출 절반 뚝

20억원 원자재 재고 창고 수북

“대체시장 진출 준비만 5~10년”

 

車부품업체, 물품대금 15% 깎여

“관세 부담, 환차익으로 겨우 메워”

천안=장석범 기자, 이정민 · 이예린 기자

출고 못한 제품들

출고 못한 제품들

10일 미국의 철강 파생상품 관세부과로 수출 타격을 입고 있는 충남 천안시 신진화스너공업에서 한 근로자가 수출 물량이 줄어 출고되지 못한 채 쌓여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지난 10일 오전 철강 파생상품을 생산하는 충남 천안시 신진화스너공업의 미국 수출 생산 라인은 가동이 중단된 채 기계가 멈춰서 있었다. 지난해 500만 달러(약 72억8950만 원)가량 미국으로 고정장치(화스너) 등을 수출했지만, 올해는 미국 수출 매출이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는 “회사 경영을 맡은 이후 40년 만에 처음 적자를 걱정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자재 창고에는 올해 미국 수출을 예상하고 미리 구매했던 원자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20억 원어치의 원자재 재고는 가뜩이나 수출 감소로 어려운 경영 부담을 더 가중하고 있다.

신진화스너공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볼트·너트 제조사로 56년간 한 우물을 파온 대표적인 뿌리 기업이다.

1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조인트팩트시트(JFS)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일선 수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은 50%에 달하는 품목 관세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줄지 않은 채로 계속 부과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수출 시장 다각화 등을 꾀하고는 있지만, 신시장 개척에는 시간이 필요한 데다 당장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0일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가 회사 집무실에서 관세 부과 후 주문이 끊긴 미국 수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10일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가 회사 집무실에서 관세 부과 후 주문이 끊긴 미국 수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신진화스너공업 역시 유럽 시장 수출 물량을 늘려 대미 수출 감소분을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 대표는 “새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5~10년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준비하던 것들을 조금 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철강 파생상품 제조 중소기업 C사의 경우 지난해 1500만 달러(219억 원)에 달했던 대미 수출 규모가 올해 들어 20%가량 감소했다. C사 대표는 “우리의 줄어든 수출 물량은 인도나 유럽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이어 “미국 철강 수출은 사실 손을 들었고 방법이 없다”며 “유럽이나 중동 등 제3국으로 수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 80만 달러 규모 자동차 부품을 수출한 D사는 미국에서 상호관세가 15% 적용된 다음에는 물품 대금에서 이를 뺀 금액만큼만 결제받고 있다. 현지 유통사 측에서 관세를 D사에서 부담해달라고 해서다. 고환율로 얻어진 환차익으로 관세 부담금을 간신히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 관세협상 합의 결과를 담은 JFS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업계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여전히 하루 평균 약 4000대의 차량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상황에서 25% 고율관세 부과 기간이 지속되자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이 한국에 불리하게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등의 올해 1~9월 대미 수출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4%, 4.7%, 16.0%가 줄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관세 부과 영향은 5~6개월 정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 추가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대상 품목 발표를 앞두고 있어 수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이정민 기자, 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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