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목표(NDC)를 확정하고, 곧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공표할 예정이다. 하한선도 산업계가 요청한 48%보다 높고, 상한선은 정부가 당초 공청회에서 제안한 60%보다 높아졌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 에너지 안보 등을 우선시하며 탄력적·선별적 감축 정책을 도입하는 상황도 외면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필요하지만,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
정부 안을 그대로 이행하려면, 전력 부문부터 큰 타격을 입는다. 온실가스 배출을 68.8∼75.3% 감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충과 함께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수십 기 건설해 무탄소 전원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신규 원전 2기,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계획을 미루고 가동 중단된 고리 2호기 연장 결정도 보류했다. 전기료의 대폭 인상으로 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가계 부담은 커진다. 원전에는 유보적이면서 NDC 목표만 높이고, 3대 AI 강국을 외치면서 전력 인프라 구축은 모른 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18개 기업의 배출권 구매 비용만 5년간 5조 원에 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에 이어 또 하나의 무거운 돌덩이를 기업 어깨에 올려놓는 셈이다. 제조업·중공업은 물론 IT·반도체 산업까지 원가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해외 이전이나 해외 투자 확대에 나선다. 그만큼 일자리는 사라진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을 도외시한 과속은 참사를 부른다. 배출권 무상 할당 등으로 수습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