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항소 포기’는 그 자체로 국민에 대한 배임 범죄와 같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휴가를 가거나 심지어 물러나더라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떠안겠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근원적 문제는, 7886억 원에 달하는 민간업자들의 막대한 부당 수익을 형사재판을 통해 국고로 환수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기막힌 사실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2심에서는 1심에서 구체적 산정이 어렵다며 추징한 473억 원 내에서만 심리를 벌일 수 있다. 대장동 일당이 검사의 손발을 묶어놓고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90만 성남시민은 물론 나아가 국민 전체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결정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당위성이 커졌다.
정 장관은 10일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성남시 등이 대장동 피고인을 상대로) 이미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받으면 된다”고 했다. 궤변이다. 형사재판 판결에 따라 국가가 강제로 환수하는 몰수·추징과, 민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배상·보상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변호사인 정 장관이 모를 리 없다. 성남도개공 등이 지난해 10월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13개월째 재판이 열리지 않고, 청구액도 5억1000만 원에 불과하다. 형사재판 영향도 받는다. 주범이 수감 기간 중 매일 2억 원씩 번다는 주장이 터무니없지 않다. 최종심에서 확정될 경우,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도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1심 재판에서 중대한 혐의를 적시한 ‘성남시 수뇌’에게 민간업자들이 불리한 진술을 할 이유도 없어졌다.
항소 포기 절차 논란과 관련, 정 장관은 “대검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검사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 두 차례 걸쳐 ‘신중한 판단’을 얘기한 것은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것과 다름 없다. 지난 7일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노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났다. 항소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으며, 노 대행은 대검 연구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화를 시인하고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따라야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불법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인지 수사에 나서도 될 정도로 위법성이 짚인다. 정 장관이나 노 대행의 거취 문제로 한정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이 돌려받아야 할 돈을 범죄자들에게 갖다바친 중대한 범죄 혐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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