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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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어렸을 때부터 유독 겨울로 가는 계절이 힘들었습니다. 평소 성격은 활발하고 밝은 편이지만 이 시기만 되면 기운이 빠지고 무기력해집니다. 올해 역시 그렇습니다. 길고 더운 여름은 차라리 그럭저럭 버틸 만한데 11월이 되고 추워지면서 의욕이 없어졌습니다. 퇴근 후에 집에 오자마자 누워 있고 주말에도 나가기가 힘듭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나가던 친구와의 약속도 버겁고 괜히 울적합니다. 자꾸 잠만 자게 됩니다. 특별히 힘든 일이 없는데도 축 처지고 무거운 느낌입니다. 하지만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좋아지니까 버티고는 있는데 매년 이러니 걱정이 됩니다. 이런 제 모습이 가을을 타는 체질인 걸까요,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걸까요?

A : 산책하며 햇빛 쬐면 도움… 감정변화 지나치면 치료받아야

▶▶ 솔루션

감정이 너무 힘들어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치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긴 여름이 지나고 짧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면서 하루의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몸 또한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햇빛은 뇌 속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돕고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리듬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햇빛을 적게 받게 되면 세로토닌이 감소하고 멜라토닌 분비주기가 뒤틀리게 됩니다. 그러면 서서히 기분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무기력하고 잠을 자도 자도 개운하지 않다는 증상이 생깁니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단순히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리듬이 계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런 경우 의학적으로는 계절성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 특히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반복적으로 우울감, 무기력, 과수면, 식욕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것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 치료가 기본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또 광(光)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커집니다. 광치료는 아침마다 2500∼1만 럭스(㏓)의 강한 백색광에 약 30분 정도 노출돼 생체리듬을 재조정하는 방법입니다. 전문적인 광치료 기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밖에서 햇빛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뇌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됩니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더라도 출근 전,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10분 정도라도 햇빛을 쬐며 산책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현대인들은 너무 실내 생활이 많고 이동할 때도 밖에서 걷기보다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자연광을 챙겨 보는 것이 여러모로 중요합니다.

이 외에도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가벼운 운동 또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감정의 흐름을 스스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을은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시점이 다가온다고 느껴 더욱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나를 괴롭히는 쪽으로 흘러간다면 이것은 단순히 계절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버틸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인 기분의 리듬을 잘 살피고 마음 건강을 잘 지켜내시길 바랍니다.

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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