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유행하던 ‘전쟁 관광’ 상품 속
‘저격 프로그램’ 운영 정황 고발돼
이탈리아 검찰 수사 본격 개시 방침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전쟁이 한창이던 현장을 답사하는 ‘전쟁 관광’의 기획자 및 참가자들이 유흥을 위해 시민을 무차별 저격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이탈리아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은 현지 거주 작가 에지오 가바체니와 전 사라예보 시장인 벤야미나 카리가 각각 제출한 고소장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당시 유행하던 ‘전쟁 관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가자들이 포위전이 한창이던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시민들을 실제로 ‘저격’할 기회를 제공됐다.
가바체니에 따르면 이탈리아계 관광객들은 자국 북부도시 트리에스테에 집결해서는 (세르비아의 수도)베오그라드로 향했고, 다시 이곳에서 세르비아계 민병대의 인솔 하에 사라예보 인근의 언덕으로 이동해 프로그램에 임했다.
당시 세르비아계 민병대는 사라예보를 포위하고 낮에는 시내의 시민들을 무차별 저격하고 밤에는 다량의 포탄을 쏘아대며 도시를 공포로 몰아갔는데 이 같은 저격의 기회를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에게 제공했다고 가바체니는 주장했다.
사라예보 시민들은 저격수의 재장전 타이밍을 노려 달리거나 극소수 무장한 시민들의 반격을 틈타 이동하거나, 또는 후일 투입된 유엔 평화유지군 장갑차의 엄호를 받으며 도시를 왕래할 수밖에 없었다.
3년간의 무차별 저격과 포격으로 생명을 잃은 사람은 1만1541명으로 집계되었으며, 160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저격수에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상자의 수는 5만 명을 넘는다. 다만 세르비아 당국은 이같은 행위를 부인하고 보스니아 측의 ‘자작극’이라 주장했다.
소위 ‘사라예보 사파리’로 불리운 이 여행 상품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 다수가 참가했다고 레푸블리카 등은 전했다. 검찰은 이들은 포위전을 진행 중인 세르비아에 대한 연민, 피의 욕망 등에 이끌려 이같은 행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가바체니는 “이들은 정치, 종교적 신념이 아닌 그저 재미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사람들을 쏘기 위해 그곳으로 가는 전쟁 관광객들의 행렬은 악의 평범성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바체니는 고소장에서 실제 ‘저격 관광’이 있었다는 소문이 1990년대 있었지만 3년 전 슬로베니아 감독 미란 주파니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사라예보 사파리’를 보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섰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익명의 전직 미국 정보 장교는 관광객들이 민간인을 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르바비차(사라예보 인근)에 있었는데,그곳에서 일정 금액의 돈을 받고 낯선 사람들이 포위된 사라예보 시민들을 총살하러 오는 것을 보았다”고 영화 속에서 전했다.
가바체니는 많은 이탈리아인이 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박준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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