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 한 국민의힘은 로텐더홀에서 “범죄자 왔다” “꺼져라” 등 구호를 외쳤다. 장동혁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가 그 이유였지만, 독립 수사 주체인 특검을 이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간섭하면 그게 불법이다. 국힘은 이 대통령을 때리면 점수를 딴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경우가 맞아야 한다. 무턱대고 비판하면 되레 점수가 깎인다.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63%였다. 중도층은 72%가 긍정 답변을 했다. 반면 국힘 지지율은 26%였고, 중도층 지지는 16%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 출범 초와 큰 차이가 없다. 장 대표 등은 지금 잘하고 있다는 착각의 늪에 빠졌다.
착각은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의료·선거·부동산 분야 중국인 규제)을 추진하거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두고 “전염병 확산” “간첩 활동 면허증” 등의 주장이 나온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 투자자의 우리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전체 외국 투자자 보유분 중 2.2% 수준으로 최근 5년간 2∼4%로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코스피가 오른 것은 불법 중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기업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심각한 것은, 이런 황당 주장을 하는데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다음은 환상 단계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추미애·최민희 의원이 국힘을 도와준다는 생각이다. 상대방이 못하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 정치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상대편 자책골만 바라는 것은 현실 왜곡이다. 세 사람이 국힘에 득이 되는 밉상 짓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이 그렇게 놔두지도 않는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날에 치러지는 내년 6·3 지방선거 구도는 이재명 정부의 중간평가다. 하지만 국힘 지지도가 바닥이고 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이런 구도가 통할지 의문이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였던 2020년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이 불붙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참패한 흑역사가 재연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꿈 깨고 착각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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