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명의자 모집해 공기계 들고 출국시킨 뒤 현지 사기조직과 연계
가상화폐로 대가 수령·허위 취업 유인해 법인계좌 유통까지…피해액 수십억 원
부산=이승륜 기자
캄보디아 사기조직에 대포통장을 유통한 국내 조직들이 잇따라 검거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SNS로 모집한 명의자에게 계좌 앱을 설치하게 해 휴대전화째 들고 출국시킨 뒤 현지에서 가상화폐로 대가를 받게 하거나, 허위 고수익 구인으로 유인한 구직자 명의로 유령법인을 세워 법인계좌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통장 명의자는 귀국 뒤 ‘감금 피해자’를 사칭하며 허위 신고까지 해 관련 당국의 대응에 혼선을 초래했다.
부산경찰청은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대포통장을 모집해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전기통신금융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허위 계좌 유통조직의 총책 A(30대) 씨 등 18명을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지난 2월부터 총책과 국내·해외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SNS에 ‘계좌당 1000만~2500만 원 수수료 지급’이라는 광고를 올려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했다. 모집책들은 명의자에게 공기계(개인용 휴대전화)에 계좌 관련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긴급여권을 발급받아 캄보디아로 출국시켰다. 프놈펜 공항에서는 현지 사기조직원이 직접 마중 나와 숙소로 안내하고, 명의자로부터 휴대전화와 OTP카드를 건네받아 ‘코인·주식투자’,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에 즉시 이용했다. A 씨 일당과 캄보디아 내 ‘형제단지’, ‘태자단지’ 조직은 이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국내 피해자들이 4개월간 56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수사 과정에서 캄보디아 현지 조직이 수사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가상화폐 테더코인(USDT)을 명의자에게 대가로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귀국한 명의자 일부는 “취업 사기를 당해 캄보디아에 갔는데, 공항 도착 직후 납치·감금돼 계좌를 빼앗겼다”고 허위 신고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현지 조직의 지시에 따라 처벌을 피하려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은 허위신고자 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또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령법인과 법인계좌를 만들어 해외 범죄조직에 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방조 등)로 B(40대) 씨 등 21명을 검거해, 이 중 8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B 씨 조직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파인애플 공장에서 6개월 일하면 1억 원을 준다”며 사람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모집한 이들 명의로 실체 없는 법인을 세우고, 이렇게 만든 법인통장을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에서 활동하는 사기조직에 수천만 원을 받고 넘겼다.
조사 결과, B 씨 일당은 전국 각지에 조직원을 두고 15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했으며, 이 중 4개 법인통장을 해외 조직에 넘겼다.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사기조직 피해자 68명이 14억2000만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과정에서 B 씨는 조직원들에게 문신을 강요하고 “손가락을 잘라 보이라”고 압박했으며, 상급자가 하급자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게 하는 행동강령을 만들어 이를 어기면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하는 등 ‘신흥 조직폭력’식 위계질서를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계좌만 빌려주면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SNS 광고에 속아 가담한 20대 초중반 사회초년생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일부 명의자는 더 많은 수수료를 노리고 추가 계좌 명의자를 모집하거나 직접 캄보디아 사기조직에 합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해 해외 투자사기와 로맨스 스캠 등 사기조직에 제공하거나 피해금을 세탁하는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며 “대포통장 제공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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