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지금 대한민국은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라는 충격파에 강타당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대형 개발 비리(非理)로, 내용 대부분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국가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이 사건의 전모를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실정법을 위반한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하고 그들이 가로챈 부당이득을 추징해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

1심 판결 후 모든 피고인은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형법의 업무상배임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법원의 형량이 구형과 크게 차이가 나면 항소를 해야 한다. 특히, 이 대장동 사건은 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의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반(反)국가적·반사회적 범죄라는 점에서 검찰의 항소는 사법 정의의 실현이란 책무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은 항소를 포기한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항소를 하지 않은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주어진 검찰의 권한은 국민을 위해 행사해야 하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모든 형사재판에서 항소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형 형사사건 재판에서 항소는 검찰의 책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여러 설이 나돈다.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소속 상급자의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은 적법·정당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터에 ‘선택지를 제시’받았다느니, ‘지휘권 발동’ 외압을 받았다느니, 상급 기관의 눈치를 봤다느니 하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이번 사태의 진상 조사를 위한 국회 국정조사권 행사와 관련해 그 명칭을 놓고 다툰다. 성남시는 검찰의 결정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고소할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유를 불문하고 ‘항소 포기’는 검찰의 책임이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재판은 축소될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68조 불이익변경의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한 형사재판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형사재판에서 밝혀져야 할 대상의 범위도, 부당이득액에 대한 추징금도 대폭 축소될 것이다. 이렇게 검찰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게 됐다.

국가의 형사사법은 담당 국가기관에 의해 유지된다. 형사사법이 무너지면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한다. 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통제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한다.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는 우리 형사재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대한민국 법치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유를 불문하고 검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익을 훼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적 책임 선상에 있는 모든 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는 대한민국이 어느 집단이나 개인을 위한 국가가 아니고 주권자인 전체 국민의 국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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