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집값 둔화했지만 임차료는 급등

임대 매물 부족, 전세의 월세화

청년·서민 ‘주거비 폭탄’ 고통

 

黨政 공언한 주택 공급계획 깜깜

지방선거 앞둔 부동산 블랙홀

전·월세 파동 막을 대책 나와야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안 돼 시장은 비상이다. 6·27 대출 규제에 이어 10·15 대책이 갭투자 금지, 매입한 주택의 실거주 2년 의무에다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초강수를 동원한 탓에 집값 상승세는 꺾였지만 거센 후폭풍이 확산하고 있다.

주택 매매는 거의 끊겼고, 전·월세 시장도 임대료가 치솟고,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등 불안하다. 그런데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구리·화성의 집값이 올랐다며 규제지역 확대 등 수요 규제에만 집착한다. 진보 정권과 부동산 시장이 악연이라는 속설이 다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겼다는 불만과 함께, 특히 전·월세에까지 확산한 후폭풍이 우려를 키운다. 주택을 사기도 어렵지만, 매입한 주택을 전·월세로 내놓기도 어려워져 임대 매물 부족으로 전·월세 값이 급등하고 있다. 2030 청년세대와 무주택 서민층은 선택의 여지 없이 따라가야 하는 판에 대출까지 막힌 터라 주거 고통이 더욱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14%)에 이어 또 0.15% 올라 40주째 상승세다. 서울 송파구(7.16%) 강동구(6.20%)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3배 이상 높고, 경기 지역도 하남(0.47%) 성남 분당(0.39%) 수원 영통(0.28%) 등 풍선효과가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신규 전세 보증금은 평균 6억2623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6%, 금액으로는 6000만 원 가까이 급등했다.

월세도 비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는 작년 10월보다 9.8%나 올랐다. 올 누적 상승률은 평균 10%로, 2016년 이후 가장 높다. 오피스텔도 지난 9월 0.21% 올라 2018년 이후 최고치이고, 연립·다세대주택 상승률도 0.24%나 된다. 내년은 더 문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5배 더 뛸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로 인해 주거 비용이 더 급증할 전망이다. 2020년 임대차 거래의 40% 수준이던 월세 비율은 올해 62%까지 치솟았고, 지난 9월엔 65%나 됐다. 전세는 한국 특유의 제도로, 월세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강남 지역과 강북 한강변 등의 전셋값이 너무 높다는 이유도 있다.

그렇더라도 급격한 전환은 전세 얻을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서민엔 직격탄이다. 전세는 단점과 함께, 무주택자·1주택자가 ‘강제 저축’으로 목돈을 모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수십 년간 시행돼온 거래와 관행이 일시에 사라지면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연착륙이 필요하다. 완전한 월세보다 보증금을 함께 받는 반전세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말 많은 어음도 종이 어음에서 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 등으로 대체돼 그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최대 4년인 전세 기간이 앞으로 속속 만기가 되는 대로 전·월세 파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짙다. 범여권 의원들이 전세 기간을 9년(3년+3년+3년)까지 늘리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선 데엔 내년 6·3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이 아니라고 제동을 걸었지만, 내년 봄 이사철에 이사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퍼져 간다.

주택 매매도 전·월세도 결국 공급 확대가 해법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연내 내놓겠다고 공언한 구체적인 공급 계획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얼마 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주택 공급 관계 장관 회의를 신설하는 등 공급을 필사적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주택 부족이란 근원을 치유하지 못하면 시장의 불안은 더 지속되고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공시가율을 내년에 안 올린다고 강조하지만, 집값이 이미 크게 올라 강남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물론 강북의 마·용·성 등 한강변 준고가 아파트까지 내년 보유세는 상한까지 치솟는 세금폭탄이 예고돼 있다. 내 집 마련 사다리 걷어차기도 모자라, 내년 봄 이사철 전후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월세 파동까지 벌어지면 꼼짝없이 주거 대란이다. 이런 사태가 닥치면 내년 지방선거에선 부동산이 모든 국정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서울시·경기도와도 연계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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