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3 비상계엄에 ‘참여·협력한 공직자’ 색출에 나섰다. 김민석 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하다”며 “신속한 내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위헌·불법 비상계엄에 관련된 공직자라면 당연히 형사·행정·인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국무총리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계엄 선포를 어떤 일반 공무원이 미리 알고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었겠는가. 직접 관련된 조직과 개인에 대해선 지금도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헌법 존중 정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모든 공무원으로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대상은 중앙행정기관(49개) 소속 공무원 75만여 명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일을 기점으로 직전 6개월∼직후 4개월의 10개월 간 업무용 PC와 서면 자료를 죄다 열람할 것이라고 한다.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하지 않으면 대기 발령·직위해제·수사 의뢰까지 불사한다고 한다. 수사기관도 아닌 임시 행정 기구가 통신 내역을 보겠다는 것 자체가 적법 절차와 통신비밀을 보장한 기본권(헌법 제12조·18조) 침해이고, 인사권을 이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일반 공무원들 중에 계엄 모의·실행·정당화·은폐자를 가려내겠고 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공직자들은 이미 특검이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계엄 선포에 따른 행정 절차 준비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이런 소동을 벌이면서 정치 성향을 판별해 현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공무원을 솎아내겠다는 의도만 돋보인다. 인사철을 앞두고 투서와 상호 고발 등 광풍이 몰아칠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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