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민의 Deep Read - 대장동 항소 포기
鄭장관, 지휘권 발동 없이 외압행사 직권남용 의혹… 李대통령 연관 사건의 진실 묻힐 판
檢 내부 반발 검란으로 확대 중… 권력 개입 밝혀지면 대통령실도 공수처·특검 수사 불가피
대장동 개발 비리는 공공개발의 명분으로 원주민들의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뒤 사업실적이 전혀 없는 급조된 민간시행사 ‘성남의 뜰’에 3억50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1%에 불과했던 화천대유가 개발이익을 독식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가 결정된 것이 문제였다. 그 과정에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권력형 부패 사건이다.
◇항소 포기
공사의 재산처분 등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성남시장에게 보고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었고, 성남시는 2010년 업무전결 규정을 신설해 시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최종결재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승인 없이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대장동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 위반(배임)에 대해 배임액 산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5억 원 수수 대가로 428억 원 지급’ 약속 관련 뇌물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성남시 내부 비밀정보를 이용해 범죄수익을 취득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위반도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요구한 추징금 7814억 원 중 뇌물 취지의 473억 원만 인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공판팀은 1심 판결 분석 후 만장일치로 ‘항소 제기’ 의견을 정리해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에 내부 보고했고, 같은 날 대검찰청에 항소 제기 승인을 요청했다. 항소기한 만료일인 7일 오후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했고 항소장 제출을 위해 직원들이 법원에 대기하고 있었으나,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이 항소 재검토를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대검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같은 날 오후 11시 53분쯤 정 검사장이 항소를 불허함으로써 항소기간이 도과됐다.
검찰의 이번 항소 포기는 전례없는 일이다. 하급심에서 일부 무죄로 나오면 예외 없이 항소를 하는데, 더욱이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 무죄선고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사례는 없다. 항소 포기로 7814억 원의 범죄수익 추징이 불가능해졌고 김만배는 5638억 원, 남욱은 1010억 원을 챙기게 됐다. 무죄 선고된 사안도 상급심을 통해 다시 판단받았어야 했는데, 항소 포기로 실체적 진실은 미궁에 빠졌다.
◇외압 의혹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심 판결 선고 당일을 비롯해 총 3차례 항소 관련 보고를 받았고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법무부에서 항소 포기에 대한 여러 우려를 전달해 왔고 (항소 만료일) 오후 8시쯤 법무부에서 항소하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용산과 법무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정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아니라는 단서를 달아 장관 의견을 노 대행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10일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는데, 이게 사실이면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과 다름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변호인 출신인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항소 신중 판단 지시를 두고 ‘당연한 의사교섭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청법 제8조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나 공판에 대해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다른 법률 규정은 없다. 검찰은 검찰보고사무규칙(대통령령)에 따라 법무부에 중요 사건에 대해 보고할 의무는 있으나, 검찰청법에 규정된 바를 제외하고 법무부의 지시를 받거나 지휘에 따를 의무는 없다.
즉 ‘당연한 의사교섭 과정’ 주장은 궤변이다. 정 장관이 항소 포기를 지시하려면 노 대행에게 정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어야 했다. 지휘권 행사 없이 항소 포기를 지시하거나 신설될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등 ‘선택지’를 미끼로 항소 포기를 종용했다면,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정권의 도구
지금까지의 정황만 봐도 법무부 장·차관에 대한 공수처나 특검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대통령 이름이 등장한 권력형 부패사건이고 검찰 항소 포기로 대장동 비리세력들에 천문학적 범죄수익을 합법화해줬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항소 포기 과정에서 용산의 부적절한 개입 사실이 밝혀진다면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항소 포기는 노 대행이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검찰의 자살’ 사건이다. 일선 검사장 18명으로 시작된 검찰 내부의 집단반발은 사실상 검란(檢亂)으로 확대 중이다. 대검 과장들과 검찰연구관, 지청장들이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법리적 근거 설명을 요구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검의 압력에 굴복한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공판팀의 무기력한 처신도 아쉬운 대목이다. 명백히 부당한 상관의 지시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항소 포기 지시를 무시하고 항소를 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완전히 유효하다. 검찰 독립의 중요성도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전 프랑스 검찰총장 장 루이 나달은 “검찰의 독립이 없으면 공정함이 없고, 공정함이 없으면 정의도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수사도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인사의 독립성이 보장된 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이번 항소 포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검찰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해 온 대통령의 인사권에 있다. 이번 사태는 향후 신설될, 수사권 없는 공소청에 대해서도 집권세력이 얼마든지 외압을 행사해 사법정의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인사제도의 개혁 없이는 정치검찰은 없어질지 모르지만, ‘정치공소청’ ‘정치중수청’ ‘정치경찰’은 이어질 것이다. “성공한 재판이었다”는 정성호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작은 파리와 큰 파리
1심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에 대해 “공공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패범죄”라 판단했다. 검찰의 조작 기소라는 여당 주장은 자신이 권력형 부패범죄의 비호세력이라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법은 큰 파리는 잡지 못하고 작은 파리만 잡는 거미줄”이라는 말을 남겼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큰 파리는 누구인가.
법무법인 MK 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 용어 설명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타인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 형법 제123조는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에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함.
‘추징’은 불법 취득한 물건을 돈으로 돌려받는 것. 범죄수익 환수 방법엔 몰수와 추징이 있어. 형법 제48조는 범죄로 얻은 물건이나 재산상 이익을 몰수하고, 몰수 불가 시 가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함.
■ 세줄 요약
항소 포기: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권력형 부패사건. 이재명 시장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였음. 항소 포기로 추징은 거의 물 건너갔고, 무죄선고 사안도 묻혀버림.
외압 의혹: 정성호 장관의 “신중 판단” 요구를 ‘당연한 의사교섭 과정’이라고 한 법무부 주장은 궤변. 수사지휘권 없이 항소 포기를 사실상 종용했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며, 정 장관에 대한 공수처나 특검 수사 불가피.
정권의 도구: 항소 포기 과정에서 용산의 부적절한 개입이 밝혀진다면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이 될 것. 검찰 내부의 집단반발은 사실상 검란(檢亂)으로 확대 중. 검찰 독립을 위해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관련 제도개혁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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