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소스병에 케타민 숨겨 국제특송…베트남–국내 판매망 이중 연결
투약자만 거래…‘팔뚝 바늘 자국·주사기 인증’으로 함정수사 회피
870곳에 필로폰·케타민 은닉 판매…범죄수익 3억2000만원
구매자 31명까지 적발…경찰 “점조직화된 마약류, 신고·제보 절실”
부산=이승륜 기자
국제특송을 악용해 수억 원대 마약류를 밀반입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수사 당국의 함정 수사를 피하기 위해 온라인 메신저에서 구매자가 마약 투약 전력을 인증하게 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부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마약 유통 조직원 9명을 검거해, 이 중 밀반입책인 베트남인 A(30대) 씨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투약한 31명도 적발해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베트남 현지 조직으로부터 국제특송을 통해 케타민 등 마약류를 받아 텔레그램으로 국내 구매자에게 건네온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조직은 향신료가 담긴 소스병에 케타민을 숨긴 뒤 과자 등과 함께 포장해 국내로 보냈으며, 이를 받은 A 씨는 인적이 드문 공터에 마약을 묻어두고 판매책이 수거하는 방식으로 유통망을 구축했다.
20~30대 판매책들은 텔레그램 비공개 판매 채널·소통방·후기방을 운영하며 투약 이력이 확인된 구매자들에게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받아왔다. 이들은 경찰의 함정 수사를 피하기 위해 구매자에게 주사기와 투약 도구, 바늘 자국이 남은 팔이나 문신 사진 등을 올리게 해 실제 투약 여부를 검증했다. 인증을 마친 구매자들은 판매자가 지정한 아파트 단자함, 비상구, 화단 땅속 등 은닉 장소에서 직접 마약을 가져갔다.
A 씨 일당은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870여 곳에 필로폰 500g, 케타민 200g, 액상대마 70여 개를 숨겨 판매하며 약 3억2000만 원의 범죄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케타민 1041g, 필로폰 34g, 액상대마 24ml를 압수했다.
경찰이 검거한 구매자 31명은 무직뿐 아니라 회사원, 유흥업소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나이대도 2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나타났다. 이들 중 7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동종 전과를 가진 재범이었다.
경찰은 A 씨 일당에 마약을 제공한 베트남 현지 조직의 실체 규명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마약류 밀반입과 온라인 기반 비대면 유통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난 8월 18일 시작한 집중 단속을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간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경남 거제 소재 기업 협력업체 직원으로, 시급만으로는 자국 가족의 경제적 곤란을 감당하기 어려워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약류 범죄는 2차 범죄로 이어져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점조직화되고 있는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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