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식 한국기계연구원 국방기술연구개발센터장, 前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장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SSN)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원잠 연료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답을 했다.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원잠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建造)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원잠의 건조와 연료 수급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러한 논의의 쟁점은 다음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원잠을 국내에서 건조하고, 미국에서 연료만 공급받는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원잠을 미국(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다. 셋째, 절충안으로 국내 건조를 원칙으로 하되,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원잠 부품 생산기지로 활용한다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형(重型) 재래식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독자 설계·건조했으며, 국산화율이 80%에 이르렀다. 이를 바탕으로 원잠 건조에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오랜 기간 꾸준히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잠수함 건조 기반이 없이 미국에서 원잠을 구매하는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첫째’ 방안처럼 건조를 국내에서 하고 연료만 공급받으면 된다.
반면에 미국이 우리의 연료 공급 요청에 연계해서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에서 원잠 건조를 언급한 것은 다분히 자국 내 제조업의 복구를 염두에 둔 일방적인 제안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의 잠수함 건조 인프라를 고려한다면 준비 기간만 10년이 필요하고, 건조까지는 15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둘째’ 방안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셋째’ 방안으로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원잠 부품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절충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미국이 원잠을 건조하면서 경험한 시행착오나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전해 받음으로써 독자 건조의 위험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각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 계획한 대로 국내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근간으로 하는 일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개발하고 원잠 확보를 공언함으로써 우리의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김정은이 잠을 못 잘 정도로 간담이 서늘해질” 대응 수단이 바로 우리의 원잠이다. 재래식 잠수함만으로는 잠항 시간과 작전 지속력에 한계가 있다. 원잠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전력이 될 것이다. 원잠의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명품 원잠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넣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원잠의 연료 공급을 요청하고, 미측의 동의를 받은 것은 오랜 숙제를 해결한 외교적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원잠의 국내 건조로 완결하는 데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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