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따른 검사들의 반발 및 정치권의 외압 의혹 논쟁이 그칠 줄 모르는 정쟁의 핵이 됐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항소 포기 설명 과정에서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 비판이 급속히 확산됐다. 노 대행은 12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은 진상 규명을 놓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의회 권력에 이어 사법부 장악을 노리던 여권에 검찰의 집단 반발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외압 수사 의혹을 애써 외면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같은 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 자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항명이고. 명백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즉시 전원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조작 기소 사건은 공소를 취소해야 하고, 그 조작에 대해 엄중히 수사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친윤 정치 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라고 프레임을 짰다. 11일에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김기표 의원이 ‘조작 기소를 반성할 일이지 항소하겠다고 우길 일이 아니다’며 ‘정치 검사가 정치 세력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독립성과 법치주의 유린에 항변하는 검사들의 저항을 정치 검사들의 행태로 매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승진한 검사 대부분은 좌천됐고, 서명한 검사장 25명 중 16명은 현 정부 때 임명됐으며 나머지는 현직에 보임됐다. ‘바람 부는 쪽으로 기운다’는 정치 검사의 대표 격은 현 정부가 임명한 노 대행이다. 노 대행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주요 쟁점인 검찰 보완수사권을 잃지 않기 위해 윗선의 의중을 따른 것이라고 변명했다.
여권의 행동과 어법은 상황 논리에 따라 바뀐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지난 10일 ‘대장동 수사와 재판은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해 여권의 ‘조작’ 수사와 기소라는 주장과 상반된 평가를 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가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정당화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정 장관은 12일 수사 지휘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 “(신중히 판단하라는 게) 무슨 외압이냐.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강변했다.
정 장관의 의견은 이진수 법무차관이 노 대행에게 전화로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행은 ‘법무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는데, 모두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법무부가 사실상 항소 포기를 압박한 것이다. 특히 윗선에 있는 사람이 ‘신중하라’고 의견 표시를 하면 직접 지시보다 더 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본래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에게만 수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 ‘의견 표시’가 외압 수사로 밝혀지면, 정 장관은 위법적 수사 지휘를 한 셈이 된다.
여권의 강성 지휘부와 지지층은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에 직면해서 노골적으로 진실과 논리를 외면하고 증오심을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권력이 지나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이치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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