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이제 출범 5개월 된 이재명 정부도 앞선 진보 정부들처럼 부동산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전체와 경기도 일부 지역 등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거래 허가제’ 실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격한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 한 달도 안 돼 부작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진보 정권만 들어서면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집값이 폭등한다’는 속설이 어김없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 등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이 집값 상승을 희망한다면 보수 정부보다 진보 정부를 지지하는 게 낫다”는 농담도 나온다.
부동산 대책은 대개 수요 억제, 공급 확대, 수요 분산 등으로 나뉜다. 수요 억제 정책에는 △대출 규제 강화 등 금융 정책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강화 등 세금 정책 △규제지역 확대 정책 등이 망라된다. 공급 확대 정책에는 △신도시 건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수요를 전국으로 퍼지게 하려는 수요 분산 정책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도 경제 정책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수요·공급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부동산 대책=수요 억제 정책’이었다. 전문가들이 “공급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로 끝난 뒤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이기는 했지만, 수요 억제뿐만 아니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요즘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수요 억제뿐만 아니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는 게 어렵지 않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인식이 바뀌는 데 대략 20년이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수도권,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을 늘리려고 해도 마땅한 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줘도 준공 때까지 10∼15년이나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화일보가 최근 5년(2021∼2025년)간 정부(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가 공식 자료를 통해 발표한 주택공급 물량을 찾아본 결과 전국 488만 가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404만 가구에 달했다. 실제 공급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수도권에 404만 가구가 공급됐고, 한 집에 3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인구에서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50.7%(2024년 말 기준)에서 74.4%로 폭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인구 집중이 더욱 심해지면서 지방은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야당인 국민의힘은 “일자리 분산 없는 수요 억제는 ‘서울 추방령’”이라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오지 말고 지방에 거주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기업도 당연히 인프라가 우수한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한 지방 일자리 확대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 등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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