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백석동 시청사 재판 등
법무부 지시에 항소 포기 속출
예산 부족한 지자체 지원 장치
이제 오히려 지역 독립성 침해
“지방자치 위해 법률 개정해야”
고양=김준구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소송을 진행할 때 의무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법규정이 지방자치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가 승소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반대로 행정소송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고양시는 기부채납 받은 백석동 업무빌딩을 시청사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예비비를 용역비로 집행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원고)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년여의 재판 끝에 3개 항목의 위법 확인청구 부분은 모두 각하하고, 시의회의 7500만 원 변상요구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는 즉각 법리검토와 법률자문을 거쳐 항소를 준비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항소기한 마지막 날인 9월 30일 오후에 법원 판결문을 인용해 항소포기를 지휘하는 회신을 뒤늦게 보냈다. 고양시 관계자는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항소를 준비했지만, 법무부의 촉박한 지휘통보로 이의제기할 시간조차 없어 항소를 못 했다”고 했다.
앞서 경기 하남시도 지난 2021년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회’가 제기한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벌였다. 시는 “인근에 학교가 있어 학습환경 저해 가능성 및 지역사회 갈등 우려” 등을 들어 종교부지의 건축허가를 불허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이때도 법무부는 ‘항소할 이유 없음’으로 지휘 통보했으며 하남시는 결국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행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르면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청의 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법률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하지만 이제 이 법규정이 지자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대다수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법률 지원 조직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법무부가 지자체의 행정소송에 개입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법무부의 권한이 ‘지원’을 넘어 ‘통제’로 작동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행정의 통일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독립성과 주민의 권리보호”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행정소송과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이견이나 불만이 있는 것은 알지만, 결국은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법 개정이 이뤄져야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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