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 추세인 원·달러 환율이 13일 오전엔 1472원까지 치솟아 이른바 ‘계엄 환율’에 육박했다. 올해 초 계엄령 후폭풍에다 미·중 관세 전쟁 때의 1480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500원선까지 위협하는 수준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달러뿐 아니라 유로화, 위안화, 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통화 전반에 걸친 전방위 원화 약세다. 1유로당 1700원, 1위안당 200원 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선 1841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원화 약세는 강 달러·엔화 약세에다 해외 주식투자 급증 같은 수급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인 68억5499만 달러로, 같은 달 무역수지 흑자(60억5000만 달러)를 넘어셨다. 11월 들어서도 미 주식 순매수는 23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여기에 대미투자펀드 2000억 달러의 조달 불투명성도 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위안 환율이 207원까지 치솟은 것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구조적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원·위안 환율은 2009년 이후 170∼180원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는데, 지금은 2022년 중국의 코로나 봉쇄 때(200원)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에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까지 밀리고 있다는 위험한 경보음과 다름없다.
환율은 경기·물가·금리·수출입 등 경제 전반의 흐름이 응축된 ‘경제의 체온계’다. 최근 원화 약세에는 1%대 저성장과 급격한 고령화, 과다한 가계부채, 대미 무역 갈등 등 구조적 취약성이 깔려 있다. 이미 후폭풍은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이 올라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4%로 밀어올렸다. 환차손을 피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을 7조7000억 원 이상 순매도했다. 한국 국채도 대량 매도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2%대에서 꿈쩍도 않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을 복원할 구조 개혁을 서두를 때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무역수지 흑자인 지금이 환율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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