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호칭 문제는 단순한 정명(正名) 문제를 넘어 안보와 관련된 국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잠 건조’가 급속히 현실화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SNS를 통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원잠 보유가 숙원인 해군은 물론, 국방 전문가 사이에서도 당시 통용되던 ‘핵잠수함’보다는 원잠이 더 정확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명칭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마침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정부 공식 명칭을 원잠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방부는 11일 돌연 언론 공지문 형식으로 “정부 차원의 논의를 통해 핵잠으로 결정했다”며 “익숙한 용어”를 근거로 댔다. 이 대통령의 직접 관여 가능성도 짚인다.

평화적 이용에는 원자력, 핵무기 등 전쟁에 필요한 경우엔 ‘핵’이라고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국민에게도 익숙하다. 핵잠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라는 의미여서, 지금 거론되는 원잠과 다르고, 핵무기 획득을 노린다는 오해도 키울 수 있어 당면한 원잠 협상에도 도움이 안 된다. 탈핵연대 단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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