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왔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대검 차장에 임명된 뒤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대행을 맡은 그가 지난 4개월 동안 정권 측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저쪽’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지우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해석된다. 정권 입장에서는 노 대행이 ‘대장동 항소 포기’를 온전한 자신의 소신과 결단으로 발표해주길 바랐겠지만, 엎질러진 물이 됐다. 노 대행은 검찰과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것은 물론, 정권에도 미운털이 박히는 딱한 신세가 됐다.

그래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헌법 제7조) 와 ‘공익의 대표자’(검사 선서)로서의 마지막 책무는 남았다. 그간 겪었던 일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힘으로써 법치 수호와 정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노 대행 퇴진으로 검찰은 77년 만에 처음으로 검찰총장·대검 차장·서울중앙지검장 등 ‘빅 3’가 동시에 날아가는 치욕적 상황도 맞았다. 노 대행 거취와 상관없는 더 근원적 문제는, 항소 포기 사태의 본질과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노 대행은 용산과 법무부 입장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고, 이진수 법무차관으로부터 3가지 선택지를 제안받으며 항소 포기 압박을 받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정성호 장관은 “(신중히 판단하라는 것은) 외압이 아니라 일상적 얘기”라고 우긴다. 2013년 국회 법사위원 시절 “법무장관의 의견 표명만으로도 수사팀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던 것과 배치된다.

정청래 여당 대표는 검사들 반발을 ‘항명’이라면서 “겁먹은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라고 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해임 또는 파면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말은 거칠고 논리는 궤변에 가깝다. 순직 해병 사건에서 항명한 박정훈 대령에 대해선 극찬하고, 정당한 의견을 낸 검사들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이중성이 참담하다. 검사의 명령 복종 의무를 폐지한 것이 노무현 정권이라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1
  • 좋아요 1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