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제작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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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 변경 심의 생략·임의 시공·지하수 관리 실패 등 전 과정 문제 드러나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새벽로 구간에서 계속 일어난 땅꺼짐 사고가, 결국 잘못된 공사 방식과 제대로 하지 않은 관리 때문에 생긴 ‘인재’였다는 부산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사상~하단선 1공구 땅꺼짐 사고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사 계획부터 시공·감독까지 여러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새벽로 도시철도 1공구에서 반복된 12건의 땅꺼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13일까지 31일간 이뤄졌다.

조사 결과 12건 중 10건은 ‘H-pile+토류벽+저압차수 SGR’ 공법을 적용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이 중 8건은 지하수 차단 공사를 하지 않은 채 굴착과 토류벽 설치만 먼저 진행하고, 이후 흙이 빠지지 않도록 약품을 옆쪽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공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하수와 고운 흙이 장기간 유출되며 지반 내부에 빈 공간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부산교통공사가 교차로 교통 혼잡과 지하시설물 간섭을 이유로 기존 공법을 다른 공법으로 변경하면서도 공법 변경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설계를 승인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시공사는 지하 시설물과 장비 간섭으로 차수 시공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감리단 승인 없이 설계와 다르게 선굴착과 수평그라우팅을 진행했다.

감리단의 관리 역시 미흡했다. 시공사가 임의로 공법을 변경해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재시공을 지시하지 않았고, 올해 2월이 돼서야 부산교통공사에 뒤늦게 관련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교통공사도 해당 보고를 받고도 설계 검토나 변경 지시를 하지 않아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감사위는 새벽로 구간의 지반이 모래·실트층으로 약하고 지하수위도 높아 본래부터 침하 위험이 큰 곳인데, 차수 공사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CIP 공법이 적용된 일부 지점의 침하는 되메우기 부족 등 단순 문제였지만, 전체 사고의 핵심 원인은 차수 시공 부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감사위는 이번 조사에서 ▲흙막이 설계 변경 검토 부족 ▲감리 보고서 확인 소홀 ▲지하시설물 관리 미흡 ▲배수 처리 부적절 등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부산교통공사 직원에게 행정상 조치 7건과 신분상 조치 45건을 요구하고, 교통공사에는 기관경고를, 시설건설처 간부들에게는 징계를 요청했다. 반복된 사고에도 ‘노후 하수관 탓’으로만 판단해 공사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점도 징계 사유로 포함했다. 시공사와 감리단에도 관련 규정에 따른 책임을 묻도록 부산교통공사에 통보했다.

윤희연 부산시 감사위원장은 “이번 조사로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왜 새벽로에서만 땅꺼짐이 반복되었나’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았다”며 “이번 결과가 부산교통공사가 앞으로 공사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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