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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돼야 할 기업이 시장에 잔존하면서 경제 역동성 저해”

“구조적 성장 둔화 극복하려면 경제 ‘정화 메커니즘’ 정상화”

금융위기 이후 부실기업들이 제때 정리됐다면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5% 늘고 민간투자가 3.3% 증가했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때 정리되지 못한 한계기업이 경제 전반의 투자 여력과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는가’ 이슈노트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시장에 잔존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조사국 조사총괄팀 이종웅 차장과 부유신 과장, 백창인 조사역이 작성했다.

특히 한은이 외부감사 대상 2200여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0.1%(약 23개사)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투자 흐름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투자가 정체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경제 위기가 오면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그 자리를 다른 신생 창업기업들이 채우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만 한국은 퇴출 고위험기업이더라도 실제 퇴출되는 비중이 높지 않았다. 보고서는 “주변까지 악화시키는 한계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신규 기업 진입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실제 퇴출된 기업의 재무적 특성과 수익성을 분석해 개별 기업의 퇴출 확률을 추정하고 회사채 투기등급 부도 확률을 반영해 ‘퇴출 고위험기업’을 분류했다. 분석 결과 2014~2019년 전체 기업의 3.8%가 퇴출 고위험군에 속했지만 실제 퇴출된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는 이 격차가 더 벌어졌다. 퇴출 고위험기업 비중은 3.8%로 비슷했지만 실제 퇴출 비중은 0.4%로 급감했다.

이때 퇴출 고위험기업은 실제 퇴출된 기업보다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더 나빴지만 유동성은 오히려 더 양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유동성이 인위적으로 보완됐을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좀비기업’의 잔존은 경제 전반의 투자와 성장에 뚜렷한 제약을 가져왔다. 한은은 “퇴출 고위험기업이 제때 정리되고 정상기업으로 대체됐다면 2014~2019년 투자 규모는 실제보다 3.3% 더 늘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약 0.5%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후(2022~2024년)에도 투자 2.8% 증가, GDP 0.4% 상승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명목 GDP(2429조 7000억 원)를 기준으로 약 9조 7000억 원 규모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적 성장 둔화를 극복하려면 경제의 ‘정화 메커니즘’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계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혁신기업이 원활히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경제의 역동성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금융지원만으로는 경기 하강기에 나타나는 이력현상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임정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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