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곽성호 기자
소리로 계절이나 때를 가늠하는 경우가 있다. 여름 대숲의 소리와 겨울 그곳의 소리처럼 말이다.
여름의 소리가 청량한 탄산의 시원함이라면 겨울의 소리는 좀 더 쇠하거나 탄산이 많아진 농익은 탁주의 칼칼한 느낌이랄까? 가을 낙엽 밟는 소리는 아침, 저녁 시간대에 따라 조금 다른 느낌이다. 새벽 산책길에 밟히는 낙엽의 촉감은 촉촉한 느낌의 사그락과 바스락의 중간쯤이다. 밤새 내린 이슬이나 살짝 덮인 서리의 물기가 스며든 이유일 듯하고. 늦은 오후의 느낌은 ‘ㅍ’ 느낌이 더 들어간 바사삭이랄까. 좀 더 건조한 나뭇잎의 소리다. 한낮 바람과 가을볕에 좀 더 수분이 날아가 까칠한 것 같은 소리다. 둘의 느낌을 이렇게 나눠 설명을 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표현이다. 차이는 분명 알고 있지만, 적확한 표현을 찾는 것은 정말 지난한 과정이다. 말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그것을 아주 적절히 표현해 내는 작가들이 존경받아야 할 이유이다.
나는 그저 옛 일화나 찾아 비유할 수 있을 뿐이다. 추사의 스승인 조광진이 새벽 흥에 겨워 일필휘지로 썼던 효조(曉鳥)에 관한 일화다. ‘새벽 새’에서 새를 의미하는 조(鳥)의 아래 넉 점을 감싸는 삐침이 아래로 흘러 맘에 들지 않아 방치했던 것이 흘러 흘러 중국 유명 귀족의 족자로 귀히 대접받고 있는 것을 보고, 글자의 흐른 삐침을 부끄러이 여겨 몰래 가필을 했지만, 정작 그 주인은 좋은 글씨를 버렸다고 족자를 떼어 버렸다는 일화다. 말인즉, 아무리 새라 하더라도 막 잠에서 깬 이른 아침에는 꼬리를 치켜들고 노래할 리가 없을 터이니 그 꼬리 처진 새(鳥)가 맘에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새벽과 늦은 오후 낙엽을 밟는 소리와 느낌의 차이는 꼬리 처진 새벽 새와 한껏 치켜 올라간 꼬리를 하고 노래하는 새의 그것과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난 새벽의 느낌을 아는 사람이 된 건가? 어쨌거나 지금 딱 이때의 아침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곽성호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