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착 유물│정잉 지음│김지민 옮김│글항아리
“구름은 가볍고 바람은 산들거리는 푸른 하늘 같은데, 마치 시간의 통로로 송나라에서 청아한 미감을 가져온 듯합니다….” 타이베이(臺北) 의대 전인교육센터에서 역사와 유물, 문학과 예술을 가르치는 저자 정잉 교수는 ‘북송 여요 청자무문수선분’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는 북송(北宋) 시대 허난(河南)성 여요 가마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청자로, 맑고 푸른빛의 유약과 소박한 조형이 특징이다. 유물에 대한 박식과 애정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문장. 저자가 왜 ‘충성스러운 예술 연모자’라 불리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은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의 국보 36점에 대한 정잉 교수의 예찬과 해설을 담았다. 36점인데 책의 분량을 보라. 500쪽이 넘는다. 이는 저자가 유물 관찰을 통해 역사적 지층을 세밀화하고, 해석을 다양화하며, 글의 결을 풍부하게 해서다. 한마디로 그의 유물 해설은 ‘총천연색’. 그 색을 좇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물을 깊게 보는 방법을 엿보게 된다. 예컨대, 물질과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송나라의 하얗게 빛나는 소박한 정요, 얼음 같고 옥 같은 여요 청자, 그 이후 남송의 관요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후, “이것은 송 명리학의 시대로구나!”라고 깨우치는 것. 즉, 저자는 우리가 유물을 관람하는 일, 즉 사물의 관찰이 아름답다거나 슬프다는 감상을 넘어, 작품의 기법과 그것이 품고 있는 역사에 대한 조사와 해석을 일으키고, 마지막엔 도를 깨닫는 법이 될 수 있음을 일러주는 것이다. 그렇게 응축됐던 시간이 풀려나오면, 한 점 한 점, 한 폭 한 폭, 응시하는 자의 마음에 안정이 돌아오는 것이다.
앞서 등장한 여요의 청자는 저자가 박물원에서 최고로 꼽는 유물이다. 책의 맨 첫 장을 장식한 이 유물편만 슬쩍 살펴봐도 그의 감식안과 해석, 해설, 글쓰기가 발군의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지개색 같은 저자의 재능을 다 따라잡을 필요도, 그럴 수도 없으나, 사물을 보는 그의 심성만큼은 조금 흉내내 봐도 좋을 것 같다. 즉, 눈으로 보기보다 완상(玩賞·즐겨 구경함)을 통해 유물 안에서 뜻을 길러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요를 보고 쓴 “시야에 푸른 샘물이 들어온 것 같아 마음이 고요해진다”와 같은 저자의 우아한 문장이 범인들의 마음에도 성큼 들어와 있지 않을까. 역사와 예술을 품은 탁월한 유물처럼, 우리의 일상도 조금은 탁월해지지 않을까. 저자에 따르면, 유물을 응시하면 유물도 우리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언제나 화창한 하늘이 되어줄 겁니다.” 484쪽, 3만2000원.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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