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11개 유산이 한데 묶인 ‘피란수도 전체 서사’, 세계유산 공식 관문 통과

영도다리·복병산배수지 새로 포함…보류 1년 만에 전면 보완해 반전 성과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의 평화·연대의 정신, 세계무대에 우뚝 세울 것”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시가 추진해 온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Sites of the Wartime Capital)’이 국가유산청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향한 절차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2022년 잠정목록 등재 이후 3년 만에 거둔 성과로, 지난해 문화유산위원회가 요구했던 보완 사항을 시가 정교하게 반영한 점이 인정받았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전날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국가유산청 우선등재목록으로 확정됐다. 이 유산은 2023년 5월 1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공식 등재된 뒤 지난해 처음 우선등재목록에 신청했으나, 구성유산 간 연계성 보완 등의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이번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이준승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직접 PT 발표를 통해 지난해 지적된 사항을 어떻게 보완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서술의 정합성, 구체적 보호·관리계획 제시, 역사적 맥락을 잇는 구성유산 간 연결 구조 등이 주요 보완 항목이었다.

올해 신청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피란수도 부산유산을 구성하는 유산이 기존 9곳에서 11곳으로 확대된 점이다. 시는 연구기관과 전문가 협력조사를 거쳐 구성유산을 재정비하고, 피란수도라는 역사적 서사를 중심으로 각 장소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새롭게 정리했다. 새롭게 추가된 영도다리(영도대교)와 복병산배수지는 전쟁기 부산의 도시 구조와 시민 생활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존 유산과 함께 피란수도 부산의 입체적 기억을 완성한다.

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이렇게 완성된 총 11개 유산은 한국전쟁기 국가 기능을 유지했던 공간, 피란민의 삶이 서린 생활유산, 국제사회의 연대를 상징하는 장소까지 폭넓게 포괄한다. 임시정부의 대통령 관저였던 경무대(국가지정 사적), 정부 기능이 이어졌던 임시중앙청(동아대 석당박물관·국가등록문화유산), 기상 관측이 지속돼 국가 운영 기반을 뒷받침한 국립중앙관상대(부산지방기상청·부산시 기념물), 피란민과 물자가 드나든 전략적 접점인 부산항 제1부두(부산시 등록문화유산) 등이 대표적이다.

피란민 생활상을 보여주는 생활유산으로는 묘비를 집 구조에 활용한 독특한 형태의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부산시 등록문화유산)와, 축사 건물을 개조해 집단 거주지로 활용했던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국가등록문화유산)가 있다. 전쟁기 군사·외교 활동의 흔적을 지닌 하야리아기지(현 부산시민공원·부산시 기념물)와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부산시 기념물), 국제사회의 희생과 연대를 상징하는 유엔묘지(재한유엔기념공원·국가등록문화유산)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전쟁기 피란민과 군의 흐름을 연결했던 영도다리(영도대교·부산시 기념물)와, 도시 생존을 지탱한 식수 시설인 복병산배수지(국가등록문화유산)가 추가되면서 부산은 피란수도 시기의 정치·군사·생활·도시 기반 전체를 아우르는 입체적 구조를 세계유산 체계 안에 담아낼 수 있게 됐다.

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피란수도 부산유산 현황

시는 이러한 유산 확대와 서사 기반 재정립을 통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냈다. 한국전쟁기 피란민을 품으며 국가 기능을 유지한 부산의 역할이 단순한 지역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평화·연대의 가치로 확장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화유산위원회는 이번 유산을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성된 국가 단위 피란수도의 사례이자, 인류 평화의 가치를 담은 유산으로 평가해 우선등재목록 지정을 확정했다.

시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진행하는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 절차에 돌입한다. 예비평가는 세계유산 등재 신청 전 등재 가능성과 신청서 완성도를 점검하는 서면 평가 단계로, 세계유산 등재 과정의 실질적 첫 관문이다. 현재 국내 잠정목록 유산 14건 가운데 우선등재목록에 오른 사례는 ‘양주 회암사지유적’과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2건뿐이다. 이후 절차는 예비평가를 거쳐 등재신청후보 선정, 등재신청대상 확정,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제출, 유네스코 현지실사, 세계유산 등재 결정 순으로 이어진다.

시는 유산별 보존·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시민 참여 기반을 넓히는 한편, 관계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내 최초로 근현대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어려운 시기에 피란민을 품어 국가를 지탱한 부산의 경험은 오늘날 국제 연대와 평화의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며 “시민과 함께 그 가치를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은 부산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세계적으로 재조명하는 전환점”이라며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피란수도 부산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유산청과 긴밀히 협력해 세계유산 등재를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피란수도 부산유산 위치도
피란수도 부산유산 위치도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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