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는 끝이 없다. 쓴맛, 신맛, 짠맛, 단맛과 제5의 맛으로 일컬어지는 감칠맛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맛’이란 단어가 붙은 수없이 많은 단어, 특히 우리 신체의 일부가 어우러진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입맛’이다. 우리가 입으로 음식을 먹으니 입으로 느껴지는 맛을 뜻하는데 이 말은 다시 ‘건입맛, 뒷입맛’과 같이 다른 말과 어우러져 더 확장되기도 한다.

우리는 입으로 다섯 가지 맛을 느끼고 코로 냄새를 맡는다. 따라서 ‘코맛’도 있어야 할 듯하지만 그냥 ‘냄새, 향기’ 등으로 대체한다. 대신 음식에 대해서는 ‘눈맛’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눈으로 보고 느끼는 기분을 뜻하니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후 잘 차려진 음식을 보고 느끼는 맛이다. 이 모든 것을 다스리는 것은 역시 음식을 만드는 이의 손길이다. 입과 코로 맛과 향을 느끼게 하고 눈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리는 ‘손맛’이라 한다.

맛은 좀 더 확장된 뜻으로 쓰이는데 ‘귀’와 결합한 ‘귀맛’은 귀로 소리나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재미나 맛을 뜻한다. 아름다운 음악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느끼는 맛이다. 의외로 ‘살’과 결합한 ‘살맛’도 사전에 올라 있는데 이는 살끼리 부딪칠 때의 즐거움, 즉 기분 좋은 촉감을 가리킨다. 이런 맛은 다 환영할 만한데 아픈 ‘주먹맛’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입맛은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표현, 즉 ‘입맛이 없다’란 말로 흔히 쓰인다. ‘건입맛’은 제대로 먹지 못해 조금만 먹는 것을 뜻하고, ‘뒷입맛’은 먹고 난 뒤에 남는 나쁜 맛을 뜻하니 역시 부정적이다. 입맛이 가장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는 사례는 ‘입맛을 다시다’일 것이다. 누군가 정성스레 만들어 준 음식을 접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기 위한 예비 동작이다. 반대로 음식을 보고 입맛이 없다고 딴청을 부린다면 주먹맛을 보이고 싶을 정도로 밉기도 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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