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을 내주는 대신 원자력잠수함을 얻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허를 찔렀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원잠 승인은 이 대통령의 외교력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관 외교에 녹아내린 틈을 타 역대 정권에서도 해내지 못했던 숙원을 풀었다는 찬양도 나왔다. 그런데 과연 트럼프 대통령을 그렇게 띄엄띄엄 봐도 될까. 원잠을 둘러싼 한·미 간 동상이몽이 추후 어떤 결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우려스럽다.

한국에 앞서 호주도 미국으로부터 원잠 기술을 제공받기로 했다. 대외적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중국 견제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호주로선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자 대중(對中) 강경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와 유사한 역할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앞단에서 중국 해군(PLAN) 전력에 대한 견제 역할을 맡아주길 한국에 기대할 수 있단 의미다.

중국의 반응은 명약관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강압하기 위해 무엇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중국은 2016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도입하자, 그 대가로 경제적 보복을 한 바 있다. 지금껏 한·미 간 원잠 논의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이 원론적 입장에 그친 이유는 당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을 앞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한·미 논의 향방에 따라 중국의 반응은 얼마든지 날카로워질 수 있다.

북한을 핑계로 대기도 어렵다. 국내에서도 원잠은 대북 견제용으론 ‘과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서울 시내에서 순찰할 때 소나타 10대로 순찰하는 것이 효과적이겠나, 아니면 마이바흐 한 대가 효과적이겠나”라고 비유했다. 위치상 북한 대응엔 원잠의 무제한적 잠항 능력까진 필요 없으며, 경제성을 따져보면 오히려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원잠은 한 정당 2조2000억∼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차세대 전략자산을 확보하면서도 미국·중국과의 오해는 쌓이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자화자찬에 축제 분위기는 민망스럽다.

권승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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