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우리는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우리 집에 불이 날 리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암보험을 들 때도 ‘나는 건강하니까 괜찮아’라고 그냥 넘기지 않는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연재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햇빛이 비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겨울 수도권과 중부 지역은 기록적인 대설(大雪)로 뒤덮였다. 하루 동안 경기 용인에 47.5㎝, 평택에 38.1㎝의 눈이 쌓이며, 4509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의 98%는 농가·상가·공장 등 사유 시설에 집중됐다. 특히, 경기 용인시는 피해액이 566억 원을 넘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해외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12시간에 걸쳐 120㎝의 눈이 쏟아져 항공편과 철도가 모두 멈추고, 370여 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지구온난화인데 왜 눈이 더 자주 내릴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는다. 이 수증기가 겨울철 한파를 만나면 엄청난 대설로 쏟아진다.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난의 양상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제설장비 확충, 시설 점검 등 대설 대비와 피해 발생 시 생계 지원도 하지만, 완전한 회복을 충분히 보장하기는 어렵다. 결국,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이다. 지난 2006년에 도입된 이 정책보험은 태풍·호우·강풍·대설·지진 등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한다. 주택은 물론 농업·임업용 온실과 소상공인 상가·공장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집기류와 재고자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정부가 보험료의 55% 이상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특히, 재해 위험이 큰 지역의 취약계층은 보험료를 100% 지원받아 자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 국민을 위한 정책보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 정책보험의 가치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경기 평택의 한 농부는 대설로 비닐하우스가 모두 무너져 절망에 빠졌다. 다행히 풍수해·지진재해보험 덕분에 연 86만 원의 보험료로 5억 원을 보상받았고, 제때 파종과 출하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 강원 인제의 한 가정은 대설로 주택이 파손됐지만, 연 2만 원의 보험료로 4000만 원을 보상받아 큰 부담 없이 집을 고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햇빛이 비치는 지금 지붕을 고쳐야 한다. DB손보·현대해상·삼성화재·KB손보·NH손보·한화손보·메리츠화재 등 7개 민간 보험사를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태풍·호우·대설·지진 등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대비할 수는 있다.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삶과 생업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장치다. 다가오는 겨울, ‘설마’ 대신 ‘만약’을 준비하는 지혜가 더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줄 것이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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