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며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핵심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적절한 문제의식이며 올바른 방향의 제안이다. 문제는, 이러한 말과는 달리 취임 후 몇 개월간 보여준 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재정 운용은 이러한 입장과 상반된다는 점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정부의 총수입은 전년 동기에 비해 41조4000억 원 증가한 480조7000억 원으로, 총지출은 544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3조5000억 원 적자인데, 여기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102조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해 1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 108조4000억 원 적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이다.

연금과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적자를 따지는 것은, 연기금은 현재 수입이 쌓이는 기간이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라 미래에 수급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따로 쌓아 둬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력해서 확보한 수입이 아니고 정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자금이므로 이를 제외한 총수입과 총지출에서 적자 폭을 따져 정부의 재정관리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맞다.

관리재정 적자가 코로나19로 대규모 재정이 집행됐던 2020년 이후 실질적으로는 역사상 최대치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국가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고 재정 적자분만큼 미래세대에 넘긴 경제적 부담은 급등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경제적 부담의 급증을 상쇄할 만한 미래에 대한 투자와 경제 환경의 개선이 이뤄졌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제조업 분야의 주요 경쟁국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기반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심지어 주요 기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현금 지원을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경제에 지속적인 생산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나눠먹기식 현금 지급에 투입된 수십조 원의 예산과 인공지능(AI) 산업 진흥이라고 내세운 명목뿐인 10조 원의 예산을 비교해 보라. 산업정책이라고 하기 민망하다는 수준을 넘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실소를 낳게 된다.

국가가 재정 적자를 보면서까지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국가채무의 증가와 그 상환 의무를 미래세대에 지운다는 점 △이자 부담까지 발생시킨다는 점 △미래세대가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미리 써 버린다는 등의 뜻도 된다. 그러므로 국가와 경제발전에 분명히 기여하고 생산력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에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향후 얼마 남지 않은 재정 여력은 경쟁력 강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통령의 진단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미래세대들의 힐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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