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 대통령 사실상 무죄되고
업자들 벼락돈 안긴 항소 포기
직권남용·직무유기·배임 가능
여권, 李 사건 공소 취소 압박
배임죄 폐지·선거법 개정 말고
정치 잘해 사면받는 게 正道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이재명 정권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다. 우선,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특혜로 대장동 일당이 땅 짚고 헤엄치듯 쉽게 번 불법 수익 7815억 원을 대부분 추징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국민 정서를 심하게 건드린다. 다음은, 대장동 일당이 최고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뇌물 혐의와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서 무죄가 확정됨으로써 ‘공범’으로 기소된 정진상 전 성남시장 정책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의 무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도 논란거리다.
1심 재판부가 형법상 배임죄만 유죄로 봐 대장동 일당 5명에게 징역 8∼4년을 선고하면서 추징액이 473억 원에 그쳐 김만배 씨는 5684억 원, 남욱 변호사는 1011억 원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더 많은 추징액과 형량을 구하기 위해 특경가법상 배임·뇌물 혐의 유죄를 2심에서 다퉜어야 함에도 항소 포기 결정을 한 것은 직권남용·직무유기·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항소 포기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 장관은 “신중히 판단하라고 했을 뿐”이라지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항소를 포기하도록 법무부 차관에게 지시했으면,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변호사로, 위법성을 충분히 알 만한 정 장관은 왜 그랬을까. 항소 포기는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인정한 ‘성남시 수뇌부’ 등 이 대통령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김만배 등이 항소심 재판에서 언급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안겨줌으로써 ‘위험한 입’을 막았다는 분석이 타당성 있다. 검찰이 항소해 수십 년 징역형과 수천억 원의 추징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 되면 민간업자들이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다. 돈벼락을 맞은 이들은 재판 도중에 형법상 배임죄가 여당 공언대로 폐지되면 면소 판결도 받게 된다. 굳이 입을 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김만배 등의 입이 열리지 않으면 뇌물 혐의를 받는 정진상 씨와 특경가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통령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업자들이 이 부분에서 무죄가 난 마당에 두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로 내년 10월 해체되는 검찰이 ‘사망 예정’ 11개월 전에 스스로 생을 마쳤다. 검찰총장 대행부터 담당 검사까지 아무도 항소 기한이 종료되도록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고 항소장도 내지 않았다. 여권은 이제 자진(自盡)한 검찰에 대해 어떤 두려움도 없이 공소 취소를 밀어붙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은 연일 대장동 사건이 조작 기소됐다고 주장하며 공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정 장관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며칠 전 한 대학 강연에서 “공소 취소가 맞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 대통령 관련 재판 5개는 중지됐을 뿐 퇴임하면 재개된다. 따라서 사법 리스크를 원천 제거하기 위해서는 아직 1심 선고가 나지 않은 대장동·성남FC, 대북송금,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3개 재판은 공소 취소를 하게 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 선고 이후엔 공소 취소가 안 되는 형사소송법(제255조 제1항) 때문에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를 삭제함으로써 면소 판결을 받으면 된다. 위증교사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위증은 인정하면서도 ‘위증을 교사했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무리한 법 논리를 판사가 전개한 탓에 임기 종료 후 2심에선 뒤집힐 수 있으니 이것도 형사소송법(제349조)에 따라 검찰(공소청)이 항소 취하를 하게 하면 된다.
대법관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 재판소원·법관외부평가제 등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법치주의를 허무는 무리수로 베네수엘라나 헝가리 같은 독재국가로 가는 길을 열지 말고 공소·항소 취소, 원 포인트 법률 개정으로 해결하는 게 차라리 나라에 덜 해롭지 싶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퇴임 뒤 모든 재판을 받기로 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사면하고, 반대 경우엔 어떤 안전장치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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