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디지털·투자 논쟁 여지

 

‘美 농산물 전담 데스크’ 설치로

LMO감자 등 수입확대 가능성

 

‘디지털 차별·장벽 없앨것’ 명시

구글·애플 지도 반출 압박 우려

 

대미투자펀드 재원·투자처 놓고

美와 의견 다르면 리스크떠안아

‘숨은 지원군’ 기업인

‘숨은 지원군’ 기업인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난 14일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 등을 포함한 한·미 관세 협상 최종합의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JFS)와 양해각서(MOU)가 발표되며 양국 간 협상의 줄다리기는 일단락됐지만, 각 문서의 디테일(세부내용)은 향후 또 다른 논쟁과 논란으로 이어질 변수를 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7일 산업통상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51차 통상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JFS에 포함된 통상 분야 합의사항의 후속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와 관계부처가 곧바로 후속조치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번 합의에 포함된 ‘비관세 장벽’ 분야에 대한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JFS에는 향후 생식가능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향후 양국의 비관세 장벽 논의 계획을 담은 ‘상호무역 촉진’ 부분에 “농업 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고 미국 신청 건의 지연을 해소하며,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데스크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간 안전성 문제와 검역 절차 등의 이유로 장기간이 소요되던 미국산 LMO감자나 사과 등의 수입 승인이 빨라지면 수입 물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JFS에는 또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과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이 명시됐다. 한·미 간 이견이 있었던 망 사용료·온라인플랫폼 규제,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등에서 미국 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구글·애플의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요청에 대한 수용 압박도 커졌다.

JFS에는 이를 비롯해 자동차, 경쟁,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등 비관세장벽 및 경제안보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미는 당장 내달부터 미 무역대표부(USTR)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JFS와 MOU 양쪽의 핵심 사안인 대미 투자 펀드 실행 방안 관련 내용도 미국 위주의 투자처 결정 및 투자 실행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남아 있다. 대미 투자 펀드를 투자하는 곳은 미국 상무장관이 좌장인 투자위원회 추천을 받은 미국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를 거치는 절차가 있지만 협의위원회의 역할은 “협의” “의견 제시”일 뿐 결정권은 없다.

대미 투자 펀드 재원에 관한 내용에서도 한국의 리스크(위험)가 남아 있다. JFS는 ‘외환시장 안정’ 부분에서 “MOU 이행이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한국은 조달 금액·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국의 원·달러 환율, 외환 보유고 등 구체적인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시장 불안에 대한 한·미 간 의견이 다를 경우 한국은 리스크를 안고 대미 투자 펀드 자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박준희 기자, 신병남 기자
박준희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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