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발의에 시장 논란
증여때 의도적 주가조작 방지
‘PBR 0.8배 하한’ 규정 법안
과세부담 480%까지도 늘어나
저PBR 기업 가치 왜곡·역차별
업종별 형평성 저해 지적도 커
코스피 상승 출발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상속·증여세 개정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명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자본시장과 기업 현장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장기업 주가의 비정상적 저평가를 해소하고 세금 회피 등 불공정 행태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세금이 재산보다 많아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관련 법안은 상장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 미만일 경우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시장가격(시가)이 아닌 순자산가치의 80% 이상을 최소 평가액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지주사 주가를 과도하게 누른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최대주주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의도적 주가 조작 방지’라는 명분 아래 시가 평가 원칙을 훼손하고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행 세법상 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실제 주가(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개정안은 특정 회계지표(PBR)를 하한선으로 삼아 일률적으로 과세표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은 모두 상속 시점의 ‘공정시장가치(FMV·Fair Market Value)’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실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저PBR 기업의 세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PBR이 0.1인 기업은 상속세를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적용 시 세금 부담이 실제 상속재산가치의 약 4.8배(48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PBR 0.4 기업 역시 상속세 부담이 실제 가치 대비 120%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역전 현상’이 생기는 셈이다. 이는 단순히 세금 부담의 문제를 넘어 저PBR 업종에 대한 역차별과 기업가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종별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PBR 0.8 미만인 기업 비율은 건설업 67.9%에 달하는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7.5%에 불과하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상당수가 일시적 경기 변동이나 업황 악화로 인해 PBR 0.8 미만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단기 주가 조정에도 과세표준이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상장사 관계자는 “의도적 주가 조작은 이미 엄격히 금지돼 있고, 물납 제도 확대로 상속세 회피 여지도 크지 않다”며 “시장가보다 높은 평가액으로 세금을 매기면 기업이 주가를 ‘억지로 올리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