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합의도 담은 공동 설명자료(JFS) 발표 직후에 주요 그룹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앞으로 10년 간 미국에 무려 3500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나온 데 따른 대응책이지만, 정부 압박에 밀린 모양새다.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한 총수들은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4대 그룹만 삼성 450조 원, SK 128조 원, 현대차 125조 원, LG 100조 원 등 800조 원을 넘어 대미 투자의 거의 2배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이 협상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썼다”면서 “미국 투자를 기회로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총 3500억 달러 중 직접투자 2000억 달러를 원전 등 에너지·전력망 등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정부가 기업 지원에 나설 차례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가 똑같이 당하는 일(관세)이어서 객관적 조건은 변한 게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기업들로선 제로였던 관세가 최소 15%로 오른 만큼 부담이 훨씬 커졌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 완화와 당정의 규제 30% 연내 폐지 공언도 진정성이 의문이다. 반(反)기업 정책과 입법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올리고, 자사주 소각 등 3차 상법 개정도 강행할 태세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까지 거론되는 반면, 노동 유연성은 말뿐이다. AI 시대 핵심인 데이터센터도 전력 문제로 난항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AI 시대 기업 경쟁력 7할은 합리적 비용의 안정적 전력 수급에 달렸다”고 밝혔는데,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중국보다 비쌀 지경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도그마에 빠져 있다. 송전 문제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될 용수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면서 이미 수없이 제기된 ‘규제 철폐’ 희망 사항을 또 제시하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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