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남북군사회담 첫 제안…“군사분계선 기준선 논의하자”

성사 시 2018년 이후 7년만…“구체 일정은 판문점서 협의”

북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어” 밝혀 와…호응 가능성 낮아

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17일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남북군사회담 제안으로 북한이 우리 제안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우리 군은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개최해 MDL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라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회담 제안에 응한다면 단절된 남북 소통채널이 부활한다는 의미도 있다. 남북군사회담이 이번에 성사되면 지난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 약 7년 만이다. 당시 남북은 국방부 각각 소장·중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회담에서 DMZ 내 남북 각 11개 감시초소(GP) 철수 등에 합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남북 간 군사회담은 △국방장관회담 2회(2000년, 2007년) △장성급 군사회담 10회 △실무회담 40회 등이 열렸다.

남북은 과거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통신선 등 3개의 연락채널을 유지해 왔지만, 북한은 2023년 4월 7일 이후 모든 채널을 끊어 2년 넘게 소통 단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 MDL 일대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이번 군사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말부터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근거해 지난해부터 남북 접경 지역에 군을 투입해 ‘남북 단절 조치’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침범하면 경고사격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실장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자칫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DL에는 철책이 없고 푯말로 경계를 표시한다. 하지만 풍화로 인해 잘 식별되지 않는 푯말이 늘어나고 있고, 북한군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작업 중 우발적으로 MDL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러한 상황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2024년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 중인 북한군. 합동참모본부 제공
2024년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 중인 북한군. 합동참모본부 제공

우리 군의 군사회담 제안은 MDL 기준선 설정 외에도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도 평가된다. 북한은 2023년 4월 이후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 채널 등 남한과의 모든 통신을 단절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인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담화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국방성에서도 동일한 직급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10차 남북장성급회담에는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과 안익산 북한 중장(한국 소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당국자 비공개 접촉 때는 류제승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만났다.

하지만 북한이 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남측과 단절하기 위한 갖가지 조치들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군사분계선 기준선 재설정’이라는 의제 자체도 북한이 크게 관심을 가질만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의 국경화를 위한 작업 활동으로 벌어지는 남측의 경고사격이기 때문에 남측이 조장하는 위협이지, 당장의 충돌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화에 응해야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이 ‘정전협정’을 근거로 설정된 점도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북한은 1953년 7월 유엔군사령관, 북한군 및 중국군 사령관이 정전협정에 서명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만큼, 군사분계선 문제가 남측과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면서 미국의 대화 제안도 외면하는 상황임을 고려해도 우리의 대화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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