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라산 백록담을 올랐다. 비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탐방로는 인파로 붐볐다. 한국인은 산에 진심인 게 맞다. 한나절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도달한 산인들은 해탈의 얼굴들을 하고 있다. 물론 하산길에서는 더 많은 걸 깨닫게 될 터. 자발적 극기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자산이다.
완등의 희열을 만끽하는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화가 우용민. 약 4년간 지리산만 40여 차례 완등하면서 진경 사생을 해온 전설의 산인 화가다. 그렇게 집요하게 산을 올라야 했던 동기가 무얼까. “가고 싶은 곳을 가라. 성취하고 싶은 높이를 성취하라.” 확실히 그의 메시지는 야성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은 겸재의 진경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우리 산하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데서 머물지 않는다. 온몸과 정신으로 교감한 정기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 듯하다. 거친 갈필의 수묵 필치들 사이로 반야봉의 강골이 드러난다. 더불어 단단해진 작가의 내면도 엿보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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