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잠 추진에 ‘억지’
“핵잠 건조, 엄중한 사태 발전”
한·미 비판하며 북핵 정당화
‘북 완전한 비핵화’ 팩트시트엔
미·북 대화 않겠다고 못박아
北은 원잠 만들면서 韓에 딴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JFS)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은 미국의 한국 원자력잠수함(원잠) 건조 승인에 대한 집중포화로 이뤄졌다. 북한은 ‘핵 도미노 위험’의 책임이 한·미에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평소보다 수위가 낮은 비판을 한 것에 비춰 향후 미·북 대화를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동맹의 대결선언’이라는 논평을 통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전 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 발전”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원잠 보유를 ‘자체핵무장’으로 평가한 통신은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논평은 한·미 정상회담 JFS와 SCM 공동성명이 지난 14일 발표된 지 나흘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3800여 자의 장문의 논평으로 평소보다 정제된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논평에서 북한은 한국의 원잠 보유 승인에 대해 “비핵국가에 대한 핵전파 행위로 초래될 세계적인 핵군비 경쟁의 위험성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과 핵폐연료재처리를 용인함으로써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줬다”며 이를 ‘미국의 위험천만한 대결기도’라고 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최근 우방국인 중국이 내놓은 입장과 궤를 함께한다. 다이빙(戴兵)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3일 언론간담회에서 “한·미의 핵추진잠수함(원잠) 협력은 국제 비확산체제,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보와 직결된 것”이라며 “한국이 관련 각국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의 원잠 보유가 중국 견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 차원의 노력에 북한도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미가 이번 팩트시트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 이행 의사를 밝히며 대화 재개 의지를 내보였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거론하는 한 대화는 없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번 논평의 발화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 고위급 인사가 아닌 ‘통신사’ 논평을 취하고 있는 점, 그리고 평소보다 다소 정제된 언어를 사용한 점 등은 북한이 아직 미·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메시지에 대한 논평식 비판 중심으로, 향후 사태 추이를 보며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선형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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