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공수처에서 이첩 요청”

공수처 “그런 적 없다” 반박

대장동 개발비리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 개시부터 수사기관 간 ‘사건 떠넘기기’ 논란이 불거졌다. ‘항소 포기에 개입한 윗선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번 사건을 맡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법무부 장관 등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경찰·공수처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경찰은 공수처에 노만석(사진)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 관련 항소 포기 외압 의혹 사건을 이첩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서초경찰서에 배당한 고발 사건에 대해 공수처에서 ‘노 전 대행 건을 이첩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며 “검사 신분인 노 전 대행 등은 의무적으로 이첩해야 하고 (검사 아닌) 다른 사람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수처는 경찰 발표 직후 “공수처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이첩요청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공수처 간 사건 인지·통보 관련 협의 과정이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한 것으로 와전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고,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지휘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에 따라 법조계를 중심으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된 상황에서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예정대로 고발인 조사를 받는다. 앞서 서민위는 지난 9일 경찰에 노 전 대행, 박철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이진수 법무부 차관,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 6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 신분인 노 전 대행과 박철우 부장에 대해서는 경찰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반면 검사가 아닌 사람들 일부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대신 ‘다른 수사기관에서 맡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를 개시하지 않고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도록 하거나, 추후 경찰에 다시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업무방해 혐의는 원칙적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못하게 된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큰 사건을 맡아 존재감을 보이려는 수사기관의 당연한 생리인데, 정치에서 제대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사 중에는 외압을 받거나 좌표찍기의 표적이 되고, 수사 후에는 역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되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한 기자, 최영서 기자
강한
최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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